“AI가 학생 글도 채점”…서울교육청, 서논술 평가 혁신 시동
인공지능(AI) 자동 채점 기술이 공교육 서·논술형 평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이 개발에 본격 착수한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은 학생이 작성한 장문 답안을 AI가 자동으로 채점하고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창의적 표현과 논리적 사고 역량 평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업계와 교육현장은 이번 사업을 “학습 평가 자동화와 AI 신뢰성 경쟁의 분기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AI 자동 채점 기술을 가진 민간기업과의 사업 계약 및 네이버와의 시스템 협력에 나서 ‘AI 서·논술형 평가’ 체계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채점 로직, 학생별 맞춤형 피드백, 결과 누적 관리 등 실제 현장 활용 중심의 기능을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채점 정밀도 향상을 위해 표준 평가 문항, 실제 학생 답안, 교사 첨삭 데이터 등 현장 데이터를 대규모로 AI에 입력·학습시켜 신뢰성 제고에 나선다.

AI 채점 시스템의 핵심은 자연어처리(NLP: 자연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는 기술)와 강화학습 기반의 기계학습 알고리즘 결합이다. 기존 객관식 답안 자동 채점에 비해, 문맥·논리 구조·표현의 정확성 등 다양한 평가요소를 딥러닝을 활용해 분석한다. 교사 채점 기준과 비교해 오차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AI가 채점한 결과와 교사의 평가가 일치하는 정도가 향후 시스템 신뢰도의 핵심”이라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선 학교는 자동 채점 및 피드백 시스템이 대규모 서·논술 답안 평가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학생별 과제 누적 관리와 맞춤형 성장 데이터 분석으로 ‘개별화 교육’ 실현의 토대도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교육계에서도 AI 채점 활용 확대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미국 ETS, 영국 Pearson 등은 AI 에세이 채점 시스템을 이미 일부 시험에서 도입했고, 일본 등도 교육 디지털화 정책에 따라 유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는 학습 결과 데이터 보안, AI 윤리성, 알고리즘 편향성 검증 체계 등 산업적·사회적 신뢰 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시범 운영 후, 2027년 일반 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근식 교육감은 “AI 평가 시스템이 학생의 창의적·분석적 역량 계발에 적합한 평가 생태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서·논술 평가가 교사 업무 부담 및 학생 성장 피드백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채점 일관성·시스템 오류 방지 등 복수 검증 체계와 함께, 데이터 윤리 가이드 준수 및 현장 교사·학생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디지털 평가 공정성, 데이터 신뢰 확보를 위한 정책과 기술이 현실에 얼마나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