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경기도 안성의 편지”…김유미·정영복, 삶의 무늬에 스민 행복→오늘이 특별해진다
따사로운 볕 아래 펼쳐진 안성의 논밭과 골목, 그곳을 지키는 이웃들의 웃음이 ‘동네 한 바퀴’를 따라 시청자를 어루만졌다. 김유미, 정영복 등 각기 다른 길 위에 선 이웃들은 삶의 수제작자처럼 오늘 하루를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다. 장인의 땀과 가족의 애틋한 시간이 엮여, 평범한 하루가 조금씩 특별해진다.
옥수수밭을 일구는 청년 농부 김유미는 어린 날의 기억을 닮은 고소한 한 입에서 가족의 따스함을 되살렸다. 아버지의 땀, 자신의 눈물이 한데 어우러져 찾은 자긍심은 아침이슬과 밤의 고요 속, 매일 이어진 소소한 실패와 미소로 자라난다. 그의 발걸음은 어떤 무게에도 멈추지 않았고, 소박한 농사의 현장에는 내일을 향한 희망이 밀려들었다.

쥐눈이콩 청국장의 진한 향기에는 김영희와 한상연, 두 세대의 손길과 가족의 사랑이 채워졌다. 절굿공이마다 담은 일상의 노력이 누적돼,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내와 단단함이 고스란히 식탁에 오른다. 맛있는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시간의 깊이는, 이웃 모두의 위로가 돼 돌아왔다.
목판화가 이윤엽의 나무결 따라 흐르는 손길엔 계절과 풍경, 동네 사람들의 얼굴이 새겨졌다. 인테리어와 막노동 등 거친 시간을 지났어도 결국 돌아온 조각칼 위로 녹아드는 유년의 꿈은, 안성의 골목골목을 그림으로 남겼다. 한 장면 한 장면에는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한 인간의 흔적과, 마을 사람들의 미소가 새겨졌다.
최범, 김도이 부부가 준비한 약초 해신탕 안에는 아픈 시간을 견딘 가족사와 내일을 정성으로 데우는 마음이 녹아들었다. 보랏빛 이름 없는 약초마저 허투루 쓰지 않는 그들만의 손끝엔, 검질긴 생존의 힘과 살가운 보살핌이 스며들었다. 투병의 시간, 가족을 향한 믿음은 식탁에서 다시 살아났다.
이발사 정영복의 또 다른 삶은 안성천변의 아침에 깊이 접혀 있었다. 외부의 시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 그리고 시간 속에서 다시 시작한 사진은, 시골 벌판과 풀벌레 소리 속에 진실하게 녹아내렸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풍경에는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보는 마음이 담겼다.
안성의 하루는 평범함 속에 묻혀 있는 소소한 용기, 미소와 정성, 그리고 사랑의 힘이 여백 없는 그림처럼 남았다. ‘동네 한 바퀴’가 그려낸 336번째 여정은 오늘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매 순간을 살아내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오롯이 전달됐다.
개성 강한 농부, 따스한 손길의 며느리, 나무 결에 마음을 새기는 예술가, 가족을 위해 약초를 고르는 부부, 사진을 통해 소박한 풍경을 지키는 이발사의 이야기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언어로 사랑과 인내를 속삭였다. 흔히 스쳐가는 일상과 마을의 시간 속에서도, 내가 바로 서 있는 오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조용히 몸과 말, 표정으로 보여주었다.
‘동네 한 바퀴–지금이 행복하다, 경기도 안성시’ 편은 9월 13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시청자의 안방에서 잔잔한 위로와 온기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