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이후 지원금 시장, 왜 조용한가”…이통3사 전략 변화 주목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전면 폐지가 실제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지 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7·플립7 출시와 맞물려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이통3사의 대응은 전례 없이 신중하다. 과거와 달라진 소비 패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분야로 이동한 전략에 힘입어, 산업계는 지원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패러다임 전환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집계된 번호이동(알뜰폰 제외)은 6만8015건으로, 단통법 폐지와 갤럭시Z 폴드7·플립7 사전개통이 동시에 이뤄진 시기임에도 예상을 밑도는 흐름이었다. 첫날인 22일에만 3만5131건이 몰렸지만, 이튿날부터는 1만9000건대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4월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한 위약금 면제 당시 하루 3만~4만 건 이뤄졌던 시장과 대조적이다. 지원금 및 경품이 대폭 늘면 번호이동도 늘어난다는 공식과 달리, 현장에선 기기변경이 더 빈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적어도 단통법 폐지 초기에는 3사가 과열 경쟁을 경계하며 보조금 확대에 소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라 분석했다.

기술·시장적 맥락에서는 명확한 전환 신호가 감지된다. 이동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알뜰폰 등 대체재의 등장으로 가입자 수 자체가 정체기에 있고, 이통3사 모두 전통적 유치 경쟁 대신 AI, 기업간거래(B2B)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신형 단말기인 갤럭시Z 폴드7·플립7이 전작보다 더 팔려도, 고가 정책 특성상 과거처럼 폭발적인 ‘보조금 대란’을 촉발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여파로 7월에만 약 8만명의 가입자를 이탈시키며 사흘간 937명 순감(22~24일 기준) 현상이 집계됐고, KT와 LG유플러스는 두 자릿수 순증에 그쳤다. 점유율 40%가 무너진 SK텔레콤이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순차적으로 보조금 등 마케팅 강화에 나설 수 있단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장의 ‘지원금 침묵’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변수로 꼽힌다. 업계는 아이폰17 시리즈 출시가 예정된 9월 전후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폰은 단말기 교체 수요를 견인하는 대표적 플래그십 모델로, 3사가 실적 만회와 점유율 방어를 위해 전략적 보조금 지원에 나설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코로나19를 거치며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데다, 이통방식과 지원금 정책에 대한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과거와 같은 ‘출혈 마케팅’ 구도는 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자, 서비스 혁신과 B2B 중심의 구조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 후 첫 주는 탐색전 단계”라며 “SK텔레콤이 반격 카드를 언제, 얼마나 강하게 꺼내느냐에 따라 하반기 보조금 경쟁의 온도차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지원금 구조의 변화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통사의 신사업 전략이 통신 산업의 본질적 경쟁구도까지 어떻게 바꿀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