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1000회, 파타고니아 삼봉의 품에”…이상은·홍미애·박춘기, 삶을 안다→걷는 이의 내면 울림
토레스 델 파이네의 푸른 봉우리가 산악 사진가 이상은, 문화기획자 홍미애, 세계 100대 명산 탐험가 박춘기에게 깊은 사유를 안겼다. 영상앨범 산 1000회 특집의 대장정, 파타고니아 그 남단에서 이들은 사계절이 하루에 스며드는 바람의 땅을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깊은 호수와 바람, 구름과 꽃이 봉우리로 이끄는 여정은 인간의 시간보다 오래된 자연의 질서를 새삼 깨닫게 했다.
세 사람은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출발해 호수를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며 여행을 시작했다. 푸데토 선착장을 지나 라스 토레스 산장에 닿으니, 차창 너머 과나코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산등성이를 따라 부는 바람은 또 다른 계절의 안부를 전했다. 전날의 칼바람은 한낮 햇살 아래 누그러지고, 노르덴셸드 호수 근처에서는 젖은 땅 위에 작은 들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쿠에르노스 델 파이네 봉우리와 빙하가 만나는 풍경은 물과 하늘이 맞닿은 경계에서 꿈처럼 피어올랐다.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삼봉의 대면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날에 찾아왔다. 아침부터 내린 비와 안개, 미끄러지는 숲길 속에서 세 명의 동행은 라스 토레스 전망대까지 6.8km를 묵묵히 나섰다. 고요한 긴장과 설렘 사이, 거친 기후를 견디며 걷는 발자국마다 각자의 기억과 이야기가 더해졌다. 아센시오강을 따라 이어진 길, 한 순간 열리는 하늘 아래 마침내 토레스 델 파이네의 파란 탑이 눈앞에 아득히 드러났다.
이 순간 바람과 비, 그리고 걷는 이의 숨결까지 모두 그 풍경에 스며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절이 바뀌는 변덕스러운 땅, 이름 없는 들꽃과 쉼 없는 바람이 동행한 이 길에선 자연의 오랜 인내와 순수함이 묵직한 울림으로 남았다. 삶의 길 위에서 자연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을 내딛는 연습처럼, 세 사람은 흔들리고 견뎌내며 자신과 어우러졌다.
견딤과 흔들림의 반복, 파타고니아의 바람이 건네는 삶의 위로와 질문은 영상앨범 산 1000회 마지막 편에 담겼다. 이 기록은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의 광활한 품에서 시청자마다 각자의 길 위로 온기를 전한다. 영상앨범 산 1000회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은 KBS에서 조용히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