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사마귀의 눈빛 한가운데서”…사형수의 슬픈 오만→세상에 던진 잔인한 질문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고, 차마 미워할 힘마저 사라진 밤, SBS 새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고현정이 감당하는 사형수 ‘정이신’의 응어리로 서늘하게 문을 연다. 차갑게 가라앉은 감방, 지워진 이름과 붉은 번호표, 얼굴에 스미는 한 줄기 침묵까지. 고현정이 분한 ‘정이신’은 더는 돌아갈 곳 없는 죄인의 얼굴로 완벽하게 변모했다. 푸른 수의복에 감긴 몸, 철창 너머로 흐르는 눈빛 속에는 잔인한 허무와 끓어오르는 분노,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망의 표정이 교차한다.
연출 변영주와 극본 이영종의 합작으로 완성된 이번 드라마는, 20년 전 다섯 남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사마귀’의 그림자와 다시 태어난 모방범죄의 퍼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형사는 어머니 ‘정이신’을 마주한 채, 멈출 수 없는 선택과 마주한다. 낡은 감옥에 단념한 듯 서 있는 고현정의 모습, 미동도 없는 붉게 묶인 손과 깊은 혐오가 엉킨 눈빛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감정을 쥐고 흔든다. 오로지 본능과 기억만이 남은 인간의 밑바닥, 고현정은 자신의 삶마저 지운 얼굴로 이 환멸의 시간을 견뎌낸다.

제작진은 “고현정이 연기의 모든 경계를 허물고, 체력과 비주얼의 한계까지 몰입했다”고 전했다. 사형수 ‘정이신’만을 남긴 채, 배우로서의 모든 무게마저 내려놓은 고현정의 변신은 이미 예고편 한 컷만으로도 대중을 압도한다는 평이다. 인간 내면의 어둠과 가족이라는 명제가 충돌하며, 죄와 용서, 생과 죽음의 경계까지 흔드는 서사는 깊은 여운을 예감케 한다.
무엇보다 고현정이 완성한 ‘사마귀’는 이 세상에 던져진 가장 차갑고 절박한 질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얼굴을 바꾼 인간, 오로지 눈빛만으로 온갖 집착과 혐오를 관통하는 사형수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금기를 건드리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를 무너뜨린 ‘정이신’의 얼굴 한가운데서, 고현정은 서늘한 잔인함과 슬픈 오만을 동시에 품고 있다.
고현정의 새로운 연기 인생이 시작되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인간 본성의 어둠과 용서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흔들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9월 5일 금요일 밤 9시 50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