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별이 만나는 밤”…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 자연이 건네는 느린 위로
요즘엔 일부러 자연에 스며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웅장한 산줄기 아래에서, 꽃과 별을 바라보는 시간이 그저 낭만이나 여유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는 일상이 됐다. 삶이 빨라질수록 자연 속 느린 경험,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온기를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리는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은 바로 이런 시대의 감수성을 품는다. 체험 프로그램부터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까지, 도시의 혼잡을 잠시 비껴오는 이곳엔 다양한 세대가 어깨를 맞댄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직접 꽃을 다듬거나 목재 마그넷을 만들고, 포토부스 앞에서 웃음꽃을 피운다. 자녀와 함께 이오난사 테라리움을 만들며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자연 기반 체험 축제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 플리마켓 출점자는 “먹고 파는 것, 곧 흘러가 버릴 일 같다가도 누군가 내 손길이 닿은 물건을 소중하게 챙겨갈 때마다 마치 작은 연결을 만드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담당자는 “축제의 본질은 결국 서로의 다름과 삶의 결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제법 진솔하다. “산은 늘 거기 있었지만, 이번엔 가족끼리 처음 밤마실을 해본다며 색다른 추억이 됐다”, “별이 보이니 소원이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 그리워졌다”는 감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축제의 표정은 시끌벅적함보다 느긋하고 조용하다. 서로의 일상을 부드럽게 물들이는 시간, 과장 없는 소소한 설렘이 전해진다.
자연과 공동체를 잇는 축제의 감각은 단지 유행이 아니라, 달라진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은 우리가 자연 앞에서 더 낮아지고,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한다. 크고 작은 체험을 통해 사람들은 오늘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고, 변화의 시대에 꼭 필요한 사유와 위로를 얻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