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장도 마약 카르텔 앞에 쓰러졌다”…멕시코, 치안 위기와 범죄 조직의 그림자

허준호 기자
입력

현지시각 11월 1일, 멕시코(México) 미초아칸 주 우루아판(Uruapan) 광장에서 열린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 행사 도중 만소 시장이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범인은 행사장 한복판에서 시장을 겨냥해 수차례 발포했으며, 치안 당국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추가 용의자 2명도 곧바로 체포됐다. 멕시코의 농업 허브로 꼽히는 우루아판은 세계 최대 아보카도 생산지 중 하나이나, 마약 카르텔과 범죄 조직의 폭력에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우루아판 일대에서는 범죄 조직이 아보카도·라임 농가를 극심하게 갈취하는 등 마약 밀매로 지역 경제가 위협을 받아왔다. 만소 시장은 재임 중 범죄 세력과의 직접적인 대립을 선택하며, 최근 연방정부에 치안 지원을 공식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는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경찰과 직접 순찰해왔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행보는 카르텔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USA)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소 시장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국경에서 벌어지는 조직범죄 근절에 멕시코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총격 다음 날 성명을 통해 “범죄 집단의 위협과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현지 언론과 경찰은 이번 사건이 카르텔의 조직적 보복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범죄 조직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하며, 현지 치안 부재와 범죄 조직의 시스템적 침투에 우려를 표했다. BBC, CNN 등 국제 매체들도 멕시코 지역 정치인이 살아남기 위해 방탄조끼를 입고 순찰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의 카르텔 범죄가 단순 마약 밀매에 국한되지 않고, 주요 농작물과 지역 정치까지 파고드는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사회의 공조와 법 집행 강화 없이는 치안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이 멕시코와 미국 등 국경 지역의 범죄 대응 체계에 어떤 변화를 촉진할지 주목된다.

허준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만소시장#멕시코#마약카르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