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탈삼진 맞불”…커쇼·셔저, 베테랑의 승부→다저스 오타니 빛난 밤
빛나는 전설의 순간, 다저스타디움 마운드 위에서 커쇼와 셔저가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공을 던졌다. 두 베테랑의 노련미가 엇갈리는 타구마다 배어났고, 세기의 맞대결은 3천 탈삼진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경계 위에서 팬들의 숨을 멎게 했다. 무수한 긴장 끝, 이 밤의 승부는 그 자체로 메이저리그의 값진 서사가 됐다.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커쇼는 6이닝 4탈삼진 1실점, 셔저는 같은 이닝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노장 투수들의 저력을 입증했다. 커쇼는 이날로 통산 3천14개, 셔저는 3천456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현역 3천 탈삼진 클럽의 위상을 더했다. 통산 현역 선수 중 이 기록을 보유한 인물은 저스틴 벌랜더, 커쇼, 셔저 딱 세 명뿐이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토론토가 잡았다. 커쇼는 2회초 비솃에게 2루타, 바거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으나, 1사 만루 위기 속에서도 슬라이더로 병살을 유도해 추가 실점은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 투수 셔저 역시 초반 위기마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빠른 공을 섞으며 흐름을 조였다.
5회말에는 다저스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2사 2루 기회에서 베츠가 셔저의 직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셔저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으나, 시즌 내 높은 평균자책점(4.21)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후반부 승부를 가른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였다. 7회말 다저스는 오타니의 3안타, 2득점 활약을 앞세워 대거 3득점을 터뜨렸다. 베츠 역시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다저스는 5-1로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커쇼는 이번 승리로 시즌 6승(2패, 평균자책점 3.14)을 신고했고, 셔저도 2승 2패로 분전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날 맞대결에 대해 두 명 모두 베테랑의 품격을 지켜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커쇼, 셔저, 벌랜더 세 선수만이 갖는 3천 탈삼진 기록에 팬들은 오랜 시간 박수갈채를 보냈다.
경기 후 다저스타디움 관중석은 커쇼와 셔저 모두를 향한 기립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한여름 밤 투수전이 남긴 여운은 오랫동안 남을 전망이다. 이 감동은 8월 10일, 이어지는 다저스 경기에서 다시 가슴을 뛰게 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