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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꽃길을 걷다”…합천에서 만나는 기록의 감동과 가을의 서정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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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단풍 속을 걷는 것도 좋지만, 기록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옛날엔 딱딱한 역사 공부로만 여겨졌던 ‘팔만대장경’이 이젠 가족의 일상과 가을 풍경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축제가 되고 있다.

 

경상남도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펼쳐지는 ‘대장경기록문화축제’가 올가을, 가을꽃과 기록문화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꽃담장을 따라 굽이치는 산책길, 굴화 아치게이트와 국화꽃 벤치, 그리고 커다란 꽃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곳곳에서 인생샷을 남기는 포토존, 별쿵이와 장경이 캐릭터는 남녀노소 모두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를 번지게 한다.

대형 꽃 조형물부터 기록 체험까지…‘대장경기록문화축제’ 경상남도 합천에서 펼쳐진다
대형 꽃 조형물부터 기록 체험까지…‘대장경기록문화축제’ 경상남도 합천에서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관광 콘텐츠 선호도 조사에서 ‘체험형 축제’와 ‘역사 기록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함께 참여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세대가 어우러지는 체험의 장이 마련됐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니, 손에 종이와 붓을 쥔 어린이와 그 곁을 지키는 부모가 나란히 앉아 '나만의 대장경노트'를 만들고, 강사와 함께 실크스크린이나 도자기 만들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한 참가자는 “꽃내음 속에서 역사 속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보니, 기록이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축제의 본질을 ‘몸으로 체득하는 기록문화의 가치’라고 설명한다. 한 전시 기획자는 “축제가 단순한 전시만이 아니라 손끝으로 역사를 느껴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이들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에 딱 맞는 나들이 장소”, “아이와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진다. 어느새 ‘산책한다’, ‘체험한다’, ‘함께 배운다’는 말들이 합천의 가을을 수놓는다.

 

결국 기록은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고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이 축제는 전한다. 쓰고, 만들고, 걷는 작은 움직임마다 각자의 색깔로 기록이 피어난다. ‘천년의 기록, 꽃길이 되다’라는 주제는 그저 표어가 아니라, 자녀와 부모, 그리고 오래된 역사가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오랜 기록들이 함께 걷는 이 가을, 축제 한가운데서 삶은 다시 천천히 새겨진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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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기록문화축제#팔만대장경#합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