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경고…알마그로, 남미 ‘중국 교역 중단’ 재앙 경고→미중 패권 압박에 휘청이는 경제”
남미 대륙의 이른 아침, 안데스 너머로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며, 새로운 시대의 불확실성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주기구(OAS) 루이스 알마그로 사무총장이 25일 제출한 발언은 바람결처럼 대서양을 건너며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깊은 울림을 안겼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대한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인 남미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이 담겼고, 극한으로 내몰린 선택의 무거움이 배어나왔다.
루이스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미의 경제 체질 자체가 중국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브라질, 칠레, 페루, 우루과이 등 대다수 국가에서 중국은 이미 1위 혹은 2위의 무역파트너로 부상했다. 알마그로는 “라틴아메리카 대륙 거의 모든 국가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무역 단절을 요구한다면 이는 남미 경제 전체에 “심각한 충격과 재앙”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압박과 중국과의 경제적 필연성 사이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운명의 기로에 섰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파나마 정부에는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 요청이 있었고, 콜롬비아에는 일대일로 동참 시 무역 제재가 암시됐다. 멕시코 역시 중국 제조업 투자 유치 축소라는 노골적 압력에 직면했으며, 이러한 미국의 강경 행보가 남미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알마그로 사무총장은 “남미가 미중 사이에서 한 쪽을 선택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모든 국가와 최상의 무역 관계를 유지해야만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생존자로 남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는 라틴아메리카의 고뇌와 고립감이 담겨 있었다. 그는 또 트럼프가 거론한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등 강경책에 대해 “힘이 커진 국가일수록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하며, 강대국 책임론을 상기시켰다.
한편, 알마그로는 지난 10년간 반복된 남미 정치 리더십의 실패와 사회적 적대감,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불평등 심화가 경제적 낙후와 만성 불안정성을 불러왔다고 고백했다. 지도자들의 신념 상실과 정치적 대립이 사회 경제적 균열을 확대시킨 현실은 남미 대륙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번 미주기구 수장의 발언은 남미 경제와 증시, 그리고 지역 교역 구조 전반에 무거운 파장을 예고한다. 미중 갈등이 증폭될수록 남미 지도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시장은 앞날의 방향을 쉽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지금, 전통적 제휴에서 벗어나 미래의 경제 운명을 결정짓는 갈림길에 서 있다. 국제사회는 남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 결정이 지역과 세계 경제에 어떤 낙인을 남길지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