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논란에 위험회피 심리 확산”…뉴욕증시·유럽 동반 약세, 유가도 하락세 지속
현지시각 기준 18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위험회피 심리 확산 속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번 움직임은 유럽(Europe) 주요 증시와 국제 유가에도 동반 약세를 불러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AI 열풍과 연준의 통화정책,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위험자산 전반에 조정 압력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오전 9시 59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7.19포인트(1.00%) 떨어진 46,123.05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3.43포인트(0.95%) 낮은 6,608.98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324.85포인트(1.43%) 내린 22,383.23을 가리켰다. 시장에서는 AI 관련 종목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대표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장 초반 3.32% 하락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2.73%, 2.60% 떨어지며 대형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19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아져 실적이 이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기술주 전반을 견인해온 AI 모멘텀이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AI 과열 논란에는 주요 빅테크 경영진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Britain)의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AI 호황에는 “일부 비이성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며, 구글을 포함해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을 기업은 없다고 언급했다. 피차이의 발언은 AI 관련 자산 전반에 거품 논쟁을 자극하며 투자자 심리에 부담을 더했다.
기술주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도 동반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10월 초 12만6천달러까지 상승했던 흐름에서 되돌림을 거듭한 끝에 이날 장중 9만달러 밑으로 내려가며 하락 폭을 키웠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고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위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시장 둔화 신호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1일을 끝으로 한 달(4주) 동안 미국 민간 고용 예비치는 주당 평균 2천5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후 고용시장을 지탱해온 민간 부문에서 약화 조짐이 포착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20일 발표 예정인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향후 경기 흐름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만큼, 고용 둔화가 확연해질 경우 금리 인하 기대와 동시에 경기 둔화 공포가 동시에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Germany)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멀티에셋 전략 헤드인 울리히 어반은 암호화폐 가격 급락 등 시장 혼조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신호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현재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AI 모멘텀과 거시경제적 불안 요인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시장이 단기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종별로는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부동산과 헬스케어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리츠(REITs)와 필수 의료서비스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반면 AI 관련 기술주와 선택소비재 업종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미국 최대 주택 건자재 유통기업 홈디포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주가가 3.27% 하락했다. 동종 업계인 로우스도 1% 이상 떨어졌고, 19일 예정된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 관망 기조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가정 리모델링과 주택 관련 소비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면서 미국 내 주택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온라인 브로커 로빈후드 마켓츠 역시 비트코인이 장중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암호화폐 시장 약세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1.6% 하락했다. 암호화폐 거래 비중이 높은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가상자산 가격 변동과 투자심리 위축이 실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평가다. 반면 금광업체 배릭 마이닝은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확대했다는 소식에 2% 이상 오르며 위험회피 정서 속 대안 자산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
미국 증시 약세는 유럽 주요 증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Eurozone)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1.84% 내린 5,537.15에서 거래되고 있다. 독일 DAX 지수는 1.59% 하락했고, 프랑스(France) CAC40 지수와 영국 FTSE100 지수도 각각 1.69%, 1.27%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미국발 기술주 조정과 경기 둔화 우려가 유럽 기업 실적 전망에도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도 위험회피 심리와 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각 기준 근월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0.38% 낮은 배럴당 59.6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이 에너지 수요 위축 가능성을 키우면서 산유국의 공급 관리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AI 관련 과열 논란과 엔비디아 실적, 연준의 금리 기조, 노동시장 지표 등에 주목하며 비농업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AI 테마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 강세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조정이 단기 숨 고르기에 그칠지, 본격적인 위험자산 재평가의 신호탄이 될지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