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 새 유니폼 입다”…크리스 테일러, 김혜성 성장에 밀려→1년 재도전 돌입
오랜 기다림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크리스 테일러는 낯선 붉은색 유니폼을 걸쳤다. 다저스에서 내야와 외야를 넘나들며 수많은 환호와 이별을 경험했던 베테랑은, 이제 마지막 기회를 애너하임에서 맞이한다. 김혜성이라는 새로운 동료이자 경쟁자가 급부상하면서, 빅리그 무대 위에서 두 선수의 인연과 교차점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구단은 5월 27일 크리스 테일러와 1년 76만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테일러는 곧바로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합류했다. 201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2016년 트레이드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팀의 챔피언십 여정을 함께했다.

전성기 시절 테일러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OFS 0.804, 총 78홈런 50도루의 기록을 남기며, 다저스에서 없어선 안 될 유틸리티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포스트시즌 80경기 출장,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 등 그가 써온 서사는 LA 야구팬들의 기억을 채워왔다. 다만 2024시즌 들어 잦은 부상과 타격 부진으로 팀 내 입지는 옅어졌다.
결국 다저스 내야진의 변화가 선택의 변곡점이 됐다. 토미 에드먼의 공백을 틈타 빅리그 첫 시즌임에도 맹활약한 김혜성이 빠르게 신뢰를 얻으며, 테일러는 로스터 경쟁에서 밀려났다. 28경기 타율 0.200에 머문 올 시즌, 테일러는 홈런 없이 2타점만을 기록했다.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고민 끝에 테일러의 방출을 택했고, 김혜성의 성장세를 팀 미래의 자산으로 삼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SNS를 비롯한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베테랑과의 이별”이라는 목소리가 번졌다. 반면 에인절스 팬들은 오랜 경험을 지닌 테일러가 내외야 구멍을 메울 구원투수로 기대를 건다. 에인절스는 카이렌 패리스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는 결단과 함께, 시즌 중반 새 얼굴 합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적이 완성되자, LA 두 팀 사이에서 엇갈린 두 선수의 운명에도 이목이 쏠린다. 에인절스는 앞으로 이어질 6경기 홈경기에서 테일러 기용 폭을 넓힐 방침이다. 테일러는 “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시 다졌다.
다저스는 김혜성의 패기와 속도로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인절스 역시 테일러를 앞세워 중반기 반등을 노린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건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선수의 교차점에는 끝나지 않은 야구 이야기가 자리한다.
하늘빛 그라운드와 붉은 스탠드, 변화의 물결 위에 선 두 명의 야구인은 이제 서로 다른 길목에서 계절을 마주한다. 치열한 승부의 무대 너머, 각자가 지닌 경험담이 오늘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크리스 테일러와 김혜성의 새로운 여정은 메이저리그 후반기 일정에서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