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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도 숨 돌릴 틈 없다”…애플, 美·EU 소송전 격화 IT산업 지형 흔든다
IT/바이오

“AI 경쟁도 숨 돌릴 틈 없다”…애플, 美·EU 소송전 격화 IT산업 지형 흔든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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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인공지능(AI) 기술 확보와 차세대 플랫폼 전환이라는 숙제를 안은 가운데, 미국·유럽에서 잇따른 소송전과 규제에 직면했다. 글로벌 IT산업 구도를 주도해온 애플이 자국과 유럽의 반독점 조사, 특허 분쟁까지 맞물리며 수년간의 법적 공방에 빠지는 양상이다. 산업계에서는 AI 시대 본격 개막을 앞두고, 법적 리스크와 기술 경쟁의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분기점’이라 평가한다.

 

지난 3일,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미 법무부와의 장기 소송 절차가 확정됐다. 미 법무부는 2023년 3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셔먼 반독점법 2조를 위반했다고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0~60%를 넘는 독보적 위치다. 법무부는 애플이 iOS, 아이메시지, 애플워치, 애플페이 등 자사 서비스에 의존도를 높이고, 경쟁 사업자와의 연동을 차단해 소비자 선택권을 사실상 제한했다고 지적한다. 기존 이용자의 아이폰 종속성을 강화하는 구조가 시장 진입 장벽을 형성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판결로 애플 역시 구글에 이어 반독점 위반 기업과 동등한 선상에 놓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애플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와 소송 소식이 이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으로 5억 유로(약 8003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유도 금지 조항이 경쟁법에 저촉됐다는 판단에 따라, 애플은 EU 내 개발자 대상 수수료 체계를 10~15%로 조정하고, 인앱결제 외부 홍보도 허용하는 규정 개편안을 내놨다. 동시다발 소송 속 EU 집행위의 추가 변경 요구에 애플은 공식 항소를 결정했다.

 

특허 소송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인 기업 TOT 파워컨트롤과의 판결에 따라 애플은 트랜시버(무선 송수신기)에 적용된 3G 기술 특허 침해로 1억1070만 달러(약 1505억원) 배상을 명령받았다. 애플이 특허 기술의 무효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TOT의 독자 기술이 애플 제품에 실질적으로 적용됐다고 봤다. 애플은 패소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으며, TOT는 애플 외에도 글로벌 IT 및 통신업체 다수와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적 분쟁 여파는 AI 전략 재정립 움직임에도 드리워졌다. 최근 애플은 자체 LLM(초거대 언어모델) 개발 계획을 늦추고, 오픈AI·앤스로픽 등 외부 AI 기업 솔루션을 자사 음성비서 ‘시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AI 경쟁사들보다 뒤처졌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외부 협업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와 내부 AI R&D 시간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종 협력 방식과 자체 AI 모델 지속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글로벌 IT 공룡의 독점과 플랫폼 규제는 미국, 유럽을 넘어 한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구글은 지난해, 4년간의 반독점 조사 끝에 시장 지배력 남용이 공식 인정되며 미국·유럽 중심의 규제 공세를 맞았다. 애플까지 유사한 판례가 반복될 경우, 양사 플랫폼 생태계·앱스토어 수수료 체계 등 디지털 시장 전반이 중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AI 법제와 반독점 규제 강화 흐름에서, 업계는 기술혁신-법적 제도가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지에 주목한다. 전문가는 “애플의 AI 전략이 본격적인 상용화에 이르려면, 법적·정책적 리스크 관리가 핵심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기술 발전과 시장 규범 간 균형이 글로벌 IT 질서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애플 사례가 실제 시장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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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반독점#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