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피어나는 풍경”…광양, 자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하루
요즘 흐린 날씨에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이 아니어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하루가 새로운 경험의 무대가 된다. 광양도 그렇다. 흐릿한 빛 아래서 만나는 자연과 체험이 특별한 감동을 준다.
24일, 전남 광양시의 하늘은 살짝 흐리지만, 그만큼 일상에 쉼표를 선사한다. 이른 아침 백운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소나무와 초록 사이로 향긋한 숲 내음이 묻어난다. 아이 손을 꼭 잡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광양목재문화체험장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나무 상상놀이터에서는 24개월 유아부터 만 6세까지 아이들이 가장 먼저 눈을 반짝인다. 부드러운 나무 블록, 손끝으로 만져보는 따뜻한 질감, 그리고 매화공방, 동백공방, 백운공방에서 펼쳐지는 연령대별 목공 워크숍까지, 이곳 풍경에선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난다.

숫자도 이 변화를 보여준다. 최근 가족 단위 체험여행 수요는 해마다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숲속에서 즐기는 소박한 순간들이 더 소중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쉼의 일상화’로 진단한다. 여행 칼럼니스트 유진아는 “광양처럼 도심에서 멀지 않은 자연 공간에서 일상 속 재충전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활동과 휴식을 모두 챙길 수 있기에 가족, 혼행족 모두에게 각광받는다”고 전했다.
섬진강 별빛스카이에서는 또 다른 감각의 여행이 펼쳐진다. 모노레일을 타고 강변 정상까지 천천히 오르다 보면, 내려다보는 섬진강 물줄기와 맞닿는 취기 어린 바람이 등줄기를 간질인다. 짚와이어에 오르면 머릿속이 환해지며 “어릴 적 꿈을 다시 꾼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다만 갑작스러운 강풍이나 변동 기상에 따라 체험이 중단될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일정을 조율하는 이들이 많다.
고즈넉한 산사로 향하는 발걸음도 늘었다. 광양 성불사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차분하게 사찰을 산책하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잠잠해진다”고 느꼈다. 산사의 쓸쓸한 아침, 저녁 노을이 비칠 때면 누구나 속세를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여행 커뮤니티에도 “날씨가 흐려도 오히려 한적해서 좋다”, “백운산 아래서 마신 커피 한 잔이 특별했다”는 소감이 꾸준히 올라온다. 예전엔 관광지 유명세가 여행의 이유였다면, 이제는 감정의 온도를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는 시대가 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씨도, 숲속의 정적도 여행의 소중한 일부가 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