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 기대에 균열”…아시아 증시 급락에 비트코인 9만달러 붕괴, 위험자산 전방위 조정
현지시각 기준 18일, 서울과 도쿄, 타이베이 등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와 미국(USA) 통화정책 완화 기대 약화 여파가 동시에 번지며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증시와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그동안 AI와 유동성 기대에 힘입어 급등했던 자산 가격 조정 국면 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서울 거래소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2% 하락한 3,953.62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4,000선을 밑돈 것은 이달 7일 이후 7거래일 만으로,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2.66% 떨어진 878.70에 거래를 마치며 중소형 성장주의 약세를 확인했다.

일본(Japan) 증시에서도 동반 조정이 나타났다.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 넘게 하락한 4만8,702.98을 기록하며 5만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대만(Taiwan)의 자취안지수(TAIEX)는 2.52% 떨어진 2만6,756.12에 마감해 반도체 비중이 높은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홍콩 항셍지수는 1.86% 내렸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0.81%, 1.04% 하락해 아시아 전역에 걸쳐 증시 조정 흐름이 이어졌다.
아시아 증시의 약세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 하락세에서 촉발됐다. 전날 뉴욕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8%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92%, 0.84% 하락했다.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55% 밀리며,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특히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138거래일 만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간 점이 향후 추가 조정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기술주 중심 장세를 이끌어온 중기 추세선이 무너졌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군에서 차익 실현이 가속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후퇴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성장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낮 1시45분께 5% 넘게 급락해 8만9,20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9만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심리적 지지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9만달러선이 뚜렷한 저항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비트코인이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미국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7만4,400달러까지 급락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30% 넘게 올랐던 비트코인은 최근 한 달 반 동안 해당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251달러와 비교하면 약 29% 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시장 분석업체 코인게코는 1만8천 개가 넘는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6일 이후 25% 감소해, 약 1조2천억달러(약 1천760조원)가 증발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대규모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하루 동안 가상화폐 강제 청산 규모가 190억달러를 넘어섰고,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당일 고점 대비 14% 이상 급락해 가상화폐 시장 역사에서 24시간 기준 최대 폭락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모나크 에셋 매니지먼트의 파트너 실리앙 탕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인식되는 10만달러를 하회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가 다른 위험자산보다 먼저 조정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리 전망 변화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시장 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달 9~10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57%,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43%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금리 동결 예상 확률이 20%포인트 높아져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뚜렷이 약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 성장주와 가상자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도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017달러로 전날보다 1.2% 하락했다. 장중 한때 온스당 4,005달러까지 밀리며 4천달러선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대부분 기간 상승세를 보이던 금 가격이 나흘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위험자산뿐 아니라 안전자산에서도 차익 실현과 포지션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오는 19일 예정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와 20일 발표되는 미국 9월 고용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두 이벤트는 AI 성장 모멘텀과 미국 경기 흐름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AI 수혜주에 대한 기대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확인될 경우 추가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고용지표가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어떤 신호를 줄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AI를 둘러싼 기대가 단기 과열 구간을 지나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와 함께, 연준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성장 전망이 향후 위험자산 선호도 회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에 그칠지, AI 랠리와 가상자산 강세장의 변곡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