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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비, 연꽃의 시간 머문다”…무안의 흐린 풍경이 주는 조용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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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비, 연꽃의 시간 머문다”…무안의 흐린 풍경이 주는 조용한 위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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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 오는 날 여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흐린 하늘이 여행의 적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고요한 풍경과 깊은 사색을 위한 일상의 쉼표가 됐다.  

 

전라남도 무안의 한여름, 빗방울이 내리는 날이라도 여행의 감도는 오히려 더 섬세해진다. 물맞이 치유의 숲에 들어서면 습도 높은 공기마저 몸을 감싸 안는다. 젖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 이들은 “비가 오히려 더 차분하게 만들어준다”고 표현했다. SNS에는 물든 숲, 우산 너머 연분홍 연꽃을 담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온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무안 회산 백련지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무안 회산 백련지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설문에서, “비 오는 날 걷거나, 전통 정자를 찾는 여행이 나만의 리셋”이라고 답한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의 ‘조용하고 느린 여행’ 선호가 뚜렷했다. 여행업계에서도 기존 휴양지나 해변 중심 코스에서 자연·전통이 어우러진 소도시로 여행 트렌드가 옮겨가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종원 환경심리학자는 “우산을 들고 걸을 수 있는 여행지, 빗속에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사실 진짜 힐링이다. 빗물에 씻긴 연꽃이나, 황톳길의 촉감이 비로소 오롯이 내 기분에 집중하게 해준다”며 비 오는 날 여행의 본질을 짚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낙지골목에서 먹는 뜨끈한 국물 한 그릇이 젖은 여행을 완성했다”, “백련지가 비에 젖으니 마음마저 잠잠해졌다”는 목소리에서 일상의 피로를 풀려는 소박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만큼 무안의 여름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기억되는 여행지가 됐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흐린 하늘 아래 걸음이 느려질수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머무는 법을 배운다. 비 오는 날의 무안, 고요한 풍경과 따뜻한 음식, 전통의 숨결이 어우러진 그 하루가 아마도 ‘다시, 나를 찾는’ 시간일지 모른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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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식영정#백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