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역전의 집념”…곽선옥·신은지, 크로아티아전 맹활약→U-21 첫 승리로 희망
수라바야 실내 경기장의 공기는 팽팽했다. 한 점 한 점마다 환호와 탄식이 뒤엉킨 마지막 세트, 곽선옥과 신은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코트에 쏟아냈다. 5세트 승부 끝에 두 선수의 합작 31점이 빛났고, 한국 21세 이하 여자배구 대표팀은 크로아티아를 3-2로 돌려세우며 대회 첫 승을 따냈다.
이번 승리는 더욱 값졌다. 앞서 미국과 중국에 연달아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9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2025 국제배구연맹 U-21 세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3차전. 한국은 크로아티아와 마지막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섰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크로아티아에 있었다. 1세트를 10-25로 내주며 쉽게 무너지는 듯 보였으나 2세트에서 곽선옥, 신은지에 전다빈, 이주아까지 공격이 살아나며 25-21로 균형을 맞췄다. 3세트에서는 연이은 실수로 16-26으로 크게 뒤졌지만, 4세트에서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려 25-17로 승부는 최종 세트로 이어졌다.
운명의 5세트에서도 초반 팽팽한 흐름은 이어졌다. 4-4 동점에서 곽선옥과 신은지의 연속 득점으로 8-6 리드를 잡은 뒤,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며 15-1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곽선옥은 17점, 신은지는 14점을 기록했다. 전다빈은 11점, 이주아 역시 9점으로 화력을 더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승2패가 됐으며,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의 불씨를 살려냈다. 24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각 조 상위 4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세계 랭킹 17위의 한국에게, 이번 크로아티아전 승리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기대를 심어줬다.
경기 후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잠시나마 긴장을 내려놨다. 응원단의 환호와 벤치의 미소가 오랜만에 코트에 번졌다. 대표팀은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참가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조별리그 통과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다할 예정이다. 남은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전에서 또 한 번 진한 드라마를 써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