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 번진 불길”…러시아 관광객 ‘방화’로 녹지 소실→수사 쟁점은 동기 규명
한적한 오후의 서울숲 공원이 갑작스런 불길로 술렁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 거대한 녹지는 순간의 방화로 인해 약 500제곱미터의 산책로가 잿더미로 변했다. 라이터 불씨 하나가 공원 풍경을 뒤바꾼 순간, 현장에서 빠져나간 이는 낯선 러시아 국적의 관광객 두 사람이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3일, 20대 여성 A씨와 30대 남성 B씨를 방화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4시,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산책로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현장을 떠났다. 산책로 151평 분량의 초목이 삽시간에 소실됐고, 정신없이 대피한 시민들 사이로 검은 연기와 냄새가 퍼졌다.

관계 당국은 곧바로 인근 폐쇄회로 CCTV를 분석해 신속히 용의자 인상착의를 파악했다. 불이 난 지 1시간 반 만에 경찰은 두 사람을 관내에서 차례로 체포했다. A씨는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됐고, B씨는 불구속 수사 중이다.
관심은 이제 두 사람이 왜 도심 한복판, 수많은 시민의 쉼터인 서울숲에 불을 냈는지, 혹시 단순한 충동이었는지 아니면 조직적 동기나 계획이 있었는지에 쏠린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관련자 진술 확보와 현장 감식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숲은 2005년 개원 이래 48만여 평방미터의 대지에 가족마당, 자수화단, 스케이트파크, 생태숲, 체험장 등 다양한 공간을 품고 있다. 곳곳에서 어린이, 노인,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는 명소로, 방화에 따른 안전 문제와 관리 책임 역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공원 내 방화 사건은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녹지 보호와 외국인 관광객 관리의 제도적 맥락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한다.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 순찰, 감시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자연의 빈터에 남겨진 흔적은 단순한 화재의 상처를 넘어, 공동체 다양성과 공공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건의 실체와 동기가 밝혀지고, 피해 복구와 제도 보완의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