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아래 펼쳐진 팔공산”…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경산 산책 → 소박한 쉼표의 가치
여름의 한가운데, 경북 경산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단순히 대구 근교의 한 도시로 여겨졌던 경산이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 쌓인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여행지로 일상의 쉼을 주는 곳이 됐다.
요즘 경산의 풍경은 구름 많은 하늘과 함께 시작된다. 30도 중반의 기온, 높은 습도에 약한 바람이 흩날리는 하루지만, 팔공산갓바위 정상에 오르면 땀방울을 식히는 시원한 바람이 먼저 알아서 반겨준다. 산책로 곳곳을 걷다 보면 발끝으로 전해져 오는 풀내음과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에 절로 한 템포 쉬어가고 싶어진다. SNS에선 팔공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땀에 젖은 티셔츠 인증샷이 종종 보인다. 갓바위 정상에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모습엔 간절함과 위안이 함께 깃든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북 남쪽 여행지의 가족 단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반곡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물가에 앉아 왕버들 그늘 아래에서 도시락을 펼치는 가족이 많아졌다. 고요한 물 위에 드리운 나무와 산의 그림자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떠들썩한 도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의 평온함은 꾸밈없는 위로가 된다.
수달을 직접 볼 수 있는 ‘이웃집수달’이나,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의 기념비적 공간도 인기다. 깨끗하게 관리된 이웃집수달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수달의 재롱에 미소짓게 한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서는 넓은 잔디와 고즈넉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땅의 오랜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트렌드 분석가 정하윤 씨는 “요즘 여행은 먼 풍경보다 일상 가까이에 숨어 있는 특별함을 찾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작은 공원, 낯선 골목, 이름 모를 연못 하나조차 나만의 여행지가 된다”고 표현했다.
네이버 지역 커뮤니티에 남겨진 후기는 특별하다. ‘팔공산에서 내려오니 세상이 조금 가벼워졌다’, ‘반곡지 물가에 앉아 있으니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평일에 수달 체험장을 예약했다는 한 방문객은 “조용해서 아이도, 나도 정말 오랜만에 천천히 웃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경산 여행의 묘미는 자연과 역사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느낌이다. 포니힐링농원에서는 아이들과 말과 함께 달려보고, 역사문화공원에선 선조의 흔적을 따라 걸어 본다. 숨 가쁘게 흘렀던 일상의 리듬이 경산의 산책로에서는 한결 느긋해진다.
작고 소소한 변화, 그러나 그 안에는 삶을 한 번쯤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 혼자 바라본 구름 많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 모두는 조금씩 ‘내가 원하는 하루’를 찾아가고 있다. 여행이란 결국 거창한 일탈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의 쉼표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