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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23조원 빅딜”…삼성전자, 테슬라 AI6 칩 생산 독점 계약
경제

“반도체 23조원 빅딜”…삼성전자, 테슬라 AI6 칩 생산 독점 계약

조민석 기자
입력

삼성전자가 테슬라와의 22조7,648억원 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28일 체결하며 파운드리 사업 부진 탈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업계 사상 최대급 장기 계약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파트너십 구현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11일 만에 성사된 이번 ‘빅딜’이 삼성의 전략 전환과 반도체 재도약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648억원(2024년 7월 28일 기준, 공시)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24일부터 2033년 12월까지 8년 이상 진행되는 장기 공급계약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내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규모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액(300조8,709억원)의 7.6%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로고-테슬라 로고
삼성전자 로고-테슬라 로고

계약 상대방은 공식 비공개였으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X(구 트위터)를 통해 직접 “삼성의 텍사스 신공장은 테슬라의 AI6 칩 생산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혀 구체적인 고객사가 확인됐다. 머스크는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지원키로 동의했다”며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주행용 AI4 칩을 삼성 평택 공장에서 생산 중이며, AI5 칩은 TSMC가 생산을 맡는다. 이번에 계약된 최신 AI6 칩도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첨단 공정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테슬라가 양대 파운드리와 분산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핵심칩 단독 생산권을 확보하며 첨단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업계에선 해당 대형 수주를 계기로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2025년 1분기 기준 트렌드포스 조사)은 TSMC 67.6%, 삼성전자 7.7%로 큰 격차를 보였으나, 4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율 개선을 발판으로 추가적인 글로벌 IT기업 수주를 노릴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1조원 미만에 그친 2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등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8년 이상의 장기·대규모 계약이 실적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텔 등 주요 경쟁사는 신규 파운드리 투자 축소 및 적자 확대 영향으로 사업철수설까지 나와, 이번 삼성전자의 공격적 수주 행보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는 시각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해소 후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미래 사업과 글로벌 전략 전환에 나선 신호로 해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칩 등 미래 성장동력 부문에서 초대형 고객과 장기공급 체계를 구축한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와 당국은 이번 계약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 공급망 다변화의 대표적 성과로 보고, 관련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독일 플랙트 인수에 이어, AI·빅테크 협력 확대, 미국 테일러 첨단 공장 조기 가동 등 ‘뉴삼성’ 비전 실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십여 년간 사법 리스크로 위축됐던 그룹 경영 정상화 효과가 생산현장, 글로벌 공급 계약 등 실질 성과로 연결된 점도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 등에서 글로벌 IT 경영진과 협력 논의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대규모 장기 계약이 파운드리 실적 개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TSMC와 규모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 축소 국면에서 삼성의 기회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글로벌 고객사 확장, AI 등 미래산업 대응력에 따라 추가 시장 점유율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와 시장은 다음 달 예정된 삼성전자 글로벌 투자계획 발표와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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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테슬라#이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