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의원들 다 어디 갔나”…정청래, 현장 최고위 대거 불참에 공개 경고
호남 의원 대거 불참 사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 대표가 정면 충돌에 나섰다. 8일 전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전남 소속 국회의원 다수가 자리를 비우면서, 당내 갈등과 기강 문제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 대표가 작심한 듯 불참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해, 논란이 확산됐다.
정청래 대표는 모두발언 직전 “광주·전남 소속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 갔나. 안 오신 분들은 왜 안 오셨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무총장이 (이들 의원들이) 왜 안 왔는지 사유를 조사해 보고하라”며, 당 공식 회의를 배제한 의원들을 향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발언은 언론에 모두 공개되면서, 당내 기강 문제를 놓고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불참 의원들은 회의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해명에 나섰다. 광주 동남갑의 정진욱 의원은 “2021년 대선 이후 4년 1개월간 쉰 적이 없었고, 큰맘 먹고 온 독일 여행 3일째”라며, “호남 최고위 소식을 이곳에서 들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남 목포 김원이 의원도 “주한덴마크 대사관 초청으로 영국과 덴마크를 방문 중”이라며, “오래 전 예정된 약속과 지역구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일정”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의 이개호 의원 역시 일본 현지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피해자 추도식 참석 등 불가피한 사정임을 설명했다.
정진욱 의원과 김원이 의원은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정청래 대표가 아닌 박찬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력이 있어, 정치적 뉘앙스를 둘러싼 해석도 제기됐다.
정청래 대표는 이달 초 취임 이후 내란 종식과 개혁 가속을 강조해왔으며, 최근 대주주 기준 논란 및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둘러싸고 당내가 어수선해지는 상황에서 규율 강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실제로 정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 논란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주주 기준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탈당한 이춘석 의원 문제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거론하며 “당 소속 국회의원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호남 현장 최고위 후 무안군 수해 피해 주민들을 찾아 임시 대피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 주민들은 추가 구호품 지원과 침수 상습 지역 예방을 위한 추가 예산 투입을 건의했고, 정 대표는 약 30분 간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KTX 탑승 시간”을 이유로 이른 퇴장을 알리자, 일부 주민들이 “대화를 하려고 왔지”, “얘기를 어느 정도 듣고 가셔야지”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현안에 대한 여론 악화와 의원들 간 이견 속에 당내 규율 강화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호남 의원 불참 사유를 공식적으로 파악해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