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법관평가, 객관성·공정성 부족해 인사 반영 어려워"…대법원,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신중론
사법개혁안의 핵심 쟁점이 대두된 가운데,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변호사협회(변협) 법관 평가’의 근무평정 반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해당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29일 대법원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법관 평가제 개선안에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대법원은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시행 중인 각 지방변호사회 법관 평가는 익명성과 검증 절차 미흡 등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인사에 반영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기존 법원장이나 지원장이 맡던 법관 평정에 변협의 법관 평가를 공식 포함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질 평정 항목에 전국 각 지방변호사회가 취합한 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도 변호사회는 매년 자체 평가 결과를 법원에 전달하고 있지만, 실제 법관 인사에는 연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변호사들은 일반 당사자를 대리하며 재판 결과에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객관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익명 설문조사와 검증 절차 부족도 평가 신뢰성을 저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현재의 법관 평가는 각 지방변호사회가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조사 방식의 일관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 변호사 강제주의(모든 재판에 변호사 선임 의무)가 아닌 만큼,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일반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변호사 평가와 관련됐다고 의심할 수 있다”며, 사법부 신뢰 저하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과 변호사 등 사법 서비스 수요자의 의견 청취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와 방법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 대법원은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현행 서면심리만으로는 압수수색 대상과 사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대면 심리로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 과도한 인권 침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수사 지연 우려에 대해 대법원은 “복잡한 소수 사안에 한해 활용되고 임의적인 심문 직후 결론이 나와 수사 지연 우려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심문 대상은 주로 수사기관이 될 예정이며, 절차도 비공개로 진행돼 수사 밀행성이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날 대법원의 공식 답변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 관계자는 “법관 평가 반영이 사법 투명성 개선 핵심”이라며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고, 국민의힘은 “평가의 공정성·객관성 담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대법원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앞으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대법원 의견을 반영해 사법개혁안 조율을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이날 국회는 법관 인사 혁신 방향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으며, 법관 평가제의 실효성 논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