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몽 속 부활”…에릭, 울산 공격 본능→클럽 월드컵 도전 시선집중
가벼운 미소 아래에는 길고 어두웠던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에릭은 생계의 무게와 축구 인생의 모호함을 온몸으로 견디며, 지독한 팬데믹의 한가운데서도 다시 달릴 이유를 찾았다. 이제 그는 울산 HD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세계의 벽에 도전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다.
2020년 에릭에게 찾아온 시련은 깊었다. 브라질에서 새 생명을 얻은 지 6개월 만에 찾아온 리그 중단 소식은 빛을 잃게 했다. 무엇이든 해야겠기에 우버 기사 준비를 고민했고,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이 축구화를 벗지 않게 붙잡아줬다. 결연한 의지 끝에 이파랑가 입단을 시작으로 바스쿠 다가마, 주벤투지 등 브라질 강호에서 주전 경쟁을 이어갔다.

2024시즌 울산 HD에 입단한 에릭은 빠르게 적응하며 14경기 9골이라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는 흔들림 없는 마무리로, 치열한 박스 안에서는 침착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는 "울산은 누구나 꿈꾸는 트로피를 잇달아 차지한 명문 클럽"이라며, "K리그에 완전 적응했고 모든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라고 전했다.
클럽 월드컵 무대는 또 다른 갈림길이다. 에릭은 자신만의 브라질 무대 경험을 녹여 플루미넨시 등 남미 강호를 상대할 전략을 구상 중이다. "브라질 선수들의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 내 경험을 팀에 적극적으로 전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그의 눈빛에는 조국을 상대하는 묘한 긴장감과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가 함께 담겼다.
울산 HD는 오는 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멜로디 선다운스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22일 브라질 플루미넨시, 26일 독일 도르트문트와 차례로 격돌하는 대장정에 오른다. 에릭의 결정력이 아시아 챔피언 팀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이번 월드컵 결과는 울산만이 아니라 K리그와 아시아의 위상까지 좌우할 전망이라 관심이 쏠려 있다.
기대감은 관중석에도 전해진다. 각자의 응원과 바람이 경기장에 쌓이고, 울산의 파란 유니폼에 스며든 꿈은 월드컵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레 포개진다. 발끝에 머문 과거의 상처를 에너지로 바꾼 에릭의 도전은, 울산과 K리그, 그리고 아시아 축구의 고민과 희망을 마주하게 한다.
팬들의 두 손과 낮은 목소리가 쌓이는 경기장, 그 한가운데에 에릭의 이름이 더 오래 남게 될 수 있을까. 울산 HD와 에릭이 펼칠 클럽 월드컵 무대는 18일 마멜로디 선다운스전에서 시작되며, 브라질과 독일 대표팀까지 연이어 상대한다. 땅 위에 새겨진 발자국마다, 한명 한명의 발걸음이 울림으로 남아 팬들의 기억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