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념 흩날렸다”…박희영, 눈물의 은퇴 선언→가족과 새로운 출발
잔잔한 바람을 가르며 18번 홀을 마치는 순간, 박희영의 얼굴엔 오랜 시간 쌓인 감정이 이슬처럼 맺혔다. 동생 박주영의 품에 안기며 흘린 눈물은, 바늘처럼 곧았던 그의 20년 프로골프 여정에 마지막 여운을 남겼다. 더헤븐 컨트리클럽의 그린 위에서, 박희영은 정든 클럽에 조용히 작별을 고했다.
박희영은 6월 22일 경기도 안산 더헤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끝으로 은퇴를 공식화했다. 2005년 KLPGA 투어에 당당히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뒤, 승리의 순간마다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20년간 국내외 통산 7승(KLPGA 4승, LPGA 3승)을 기록하며 한국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무대를 옮긴 2008년 이후 박희영은 LPGA에서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한국 선수의 저력을 증명했다. 특히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거둔 우승은 오랜 경험과 집념이 빛을 발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그는 미국에서 만난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 뒤에는 녹록지 않았던 현실과 마주한 숨은 노력이 있었다. 결혼과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박희영은, 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부담 속에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은퇴를 생각했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 살고 싶다”는 진심 담긴 고백이 전해졌다.
하지만 박희영의 골프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다. 그는 “KLPGA에서 엄마 선수의 목소리는 아직 작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며 변화의 바람도 예견했다.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자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골프계에 새 길을 내고자 하는 의지를 비쳤다.
박희영의 작별은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선수에서 또 다른 역할로 인생 2막을 향하는 용기 어린 전환이다. 여전히 골프장만 오면 가슴이 설렌다는 말처럼,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다시 필드 위에 서고 싶다는 마음 역시 깊이 남았다.
은퇴식이 마무리된 그린 위에서, 박희영의 뒷모습은 한 시대를 단단히 지탱했던 선수의 품격을 보여줬다. 팬들의 박수와 조용한 환호는 박희영의 지난 세월을 격려하듯 끝까지 이어졌다. 박희영의 새로운 시작은 이제 가족과 함께, 골프계 지도자로서 또 다른 ‘행복한 골퍼’의 길로 나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