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캅스, 텔레그램은 못 잡았다”…마약류 온라인 유통 실질 단속 사각
온라인 마약류 불법 유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범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 ‘AI 캅스’가 텔레그램 등 폐쇄형 메신저에서는 실질적인 단속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3506건이던 마약류 온라인 불법유통 적발 건수는 2022년 4만9786건으로 14배 넘게 뛰었고, 올해도 8월까지 3만1894건이 적발됐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2년 새 18.6배나 급증한 가운데, 업계와 당국 모두 실시간 온라인 거래 차단 방안의 시급성을 실감하고 있다. AI 캅스는 웹사이트·SNS 내 게시글을 실시간 감시해 불법 유통 정보를 적발하고 유관기관과 연계해 차단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온라인 감시 자동화”, “해외 쇼핑몰·SNS 거래 탐지” 등에서 기존 수작업이나 신고 중심의 방식보다 대응 속도를 확실히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텔레그램 등 폐쇄형 메신저에서는 AI 캅스가 현실적으로 단속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2년간 AI 시스템을 통한 텔레그램 내 적발은 단 3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국민신문고 신고와 같은 외부 제보에 의존했다. 식약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단 요청 및 수사의뢰는 하고 있지만, 텔레그램 등 익명성 보장이 강한 플랫폼에서 자동화 기술로 위반 행위를 식별하는 것은 본질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암호화·익명화된 메시징 서비스 때문에 마약·의약품 불법 유통 단속은 기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연합(EU) 등도 암호화 메신저 대응을 위한 정책, 수사공조 강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실시간 차단·수사 연계 시스템’, 방심위-경찰청-식약처 등 범부처 정보 공유체계 구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모니터링 기술 고도화, 폐쇄형 메신저 대응 툴 개발, 데이터 기반 수사 역량 강화가 병행돼야 온라인 불법 마약류 유통 차단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기술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제도 설계와 협업 체계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산업계는 이번 AI 기반 시스템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술과 윤리, 수사와 제도 사이에서 균형점이 어떻게 잡힐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