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섬진강 은빛 향연”…여름 은어잡이의 손끝 열정→계절이 차오른다

누군가의 여름은 멀리서 밀려오는 강물의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최수종은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 위를 지나, 섬진강과 피아골, 왕피천을 따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계절의 밥상을 만나러 떠났다. 물안개와 어울려 부서지는 은어의 숨결, 그리고 은어잡이에 일생을 바친 이들의 손끝에는 여름이 깃든다.

구례 피아골의 박석근과 최호는 오래된 걸갱이 낚시법을 지켜왔다. 물살을 가르며, 은어의 본능과 맞서 싸우는 순간마다 자연에 녹아든 기술과 감각은 또 다른 계절의 추억을 빚어낸다. 갓 잡아올린 은어를 즉석에서 통째로 썰어 회무침으로, 바삭하게 튀겨 싱그러운 맛을 조각내며 입안을 가득 채우는 청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시원한 다슬기 백숙과 들기름에 볶은 은어 곰탕까지, 매해 짧게 찾아오는 은어철에만 허락되는 진귀한 밥상의 소중함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울진 왕피천에서는 추충호와 김미자가 대를 이어 가며 손수 만든 은어잡이 도구로 계곡의 여름을 맞는다. 은어구이와 은어밥은 마을에서 가장 귀한 음식으로 기억되고, 은어젓갈에 나물을 버무려 저장한 지난 시간들도 계절마다 돌아오는 잔치의 설렘과 함께 입가를 맴돈다. 할아버지의 긴 세월이 깃든 은어구이 한 점에는 가난과 풍요, 그리고 가족의 애틋함이 스며 있다.

보성강 곡성군 죽곡면에는 씨은어 낚시의 내공을 전하는 한용범과 김동진이 있다. 친구 사이인 두 고수는 살아있는 은어를 미끼 삼아 또 다른 은어를 유혹하는 전통적 기법을 꾸준히 계승해 왔다. 잡은 은어는 소금에 절여 천천히 구워내고, 감자·무를 넣은 매운탕, 맥주 반죽의 은어튀김으로 한층 다채롭고 풍성한 상을 완성시킨다. 이들의 잔치에는 강물의 흐름과 세월의 깊이가 함께 어우러져, 손끝에서 시작해 식탁 위로 전해지는 인연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수많은 이야기가 깃든 여름 밥상에는 빛나는 계절과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자연의 시간까지 고스란히 올려져 있었다.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최수종이 따라간 여름 은어의 여정은 6월 19일 저녁 7시 40분, KBS1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계절의 맛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