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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를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LG화학, 전기화학 전환기술 실증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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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를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LG화학, 전기화학 전환기술 실증 시동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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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학 기반의 이산화탄소(CO2) 전환기술이 국내 탄소중립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LG화학이 대규모 실증 사업에 나서면서,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등 국내 탄소중립 생태계의 산업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기술이전과 실증 착수를 ‘탄소중립 경쟁력 전환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본 투 X(Carbon to X)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확보한 ‘전기 활용 이산화탄소 전환기술’(10㎏/day급)이 LG화학에 성공적으로 이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술은 전기를 활용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CO2를 에틸렌, 에탄올, 포름산 등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바꾸는 전기화학적 전환 공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추가 탄소 배출 없이 화학제품 생산이 가능해,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대체할 잠재적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화학적 CO2 전환은 전해질·촉매 등 고유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해·재조합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물질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이번에 LG화학에 이전된 기술은 하루 10㎏ 규모의 반응기 설계 및 운전기술이 특징이다. 독일에서 2023년 6㎏/day 규모의 실증이 이뤄진 바 있으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대면적 전기화학적 CO2 전환 실증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었다. 이번 협력은 기초 설계를 넘어서 산업 공정 운영까지 현실화했다는 데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충남 보령 중부발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200㎏/day급 CO2-화학물질 전환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틸렌, 포름산, 에탄올 등 생산물을 중심으로 파일럿 플랜트 형태의 실증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국내 산업 현장에서 대체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특히 에탄올은 수입의존도가 99%에 달하는 품목으로,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화학제품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외 경쟁 구도를 보면, 글로벌 CCU 시장에서 소재·설비 대형화 및 실제 적용 실적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유럽·미국 등지에서도 재생에너지 연계 대규모 CO2 전환 실증 프로젝트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처럼 정부-연구기관-대기업이 연계한 실증 산업화 모델은 드물다. 산·학·연 공동 추진모델이 글로벌 경쟁력의 포인트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 상용화 및 산업 확산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전기화학적 CO2 전환 기술의 낮은 기술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실증데이터 부족, 장기 운전 안정성 등이 사업화의 주요 관문으로 꼽힌다. 한편, 환경부와 과기부 등 관련 정책기관은 대규모 CCU 실증에 대한 인허가 지원, 실증 안전성 가이드라인 마련, CCU 활용 화학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 체계 등 정책적 뒷받침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택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공융합연구정책관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천기술의 민간 이전과 대규모 실증을 연결한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향후 산·학·연 연계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실현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전기화학적 CO2 전환기술 사업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인허가, 산업구조 혁신 등 제도 환경 변화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과 규제,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탄소중립 시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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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산화탄소전환#탄소중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