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신뢰의 마지막 보루”…이탈리아, 425조 원 금 보유에 국제사회 주목
현지시각 16일, 이탈리아(Rome)에서 이탈리아은행이 보유한 금의 평가액이 3,000억 달러(약 425조 원)에 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는 이탈리아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 13%에 해당하는 규모로, 글로벌 금값이 치솟으면서 이탈리아의 금 보유 정책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은행의 금 보유량은 2,452톤으로, 미국(USA) 연방준비제도(8,133톤), 독일(Germany) 분데스방크(3,351톤)에 이어 세계 3위다. 수십 년간 이탈리아는 정치·경제적 위기에도 금 매각을 거부해왔으며, 이는 보호정책의 일환임을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군에 의해 이탈리아 금 보유량이 20톤까지 줄었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전후 ‘이탈리아 경제 기적’과 달러 유입으로 1960년에는 1,400톤을 회복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와 사회적 불안정, 여러 차례 정권 교체가 이어졌지만 중앙은행의 금 보유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스테파노 카셀리 SDA 보코니 경영대학원 학장은 “극심한 통화 불안정기에 서방 중앙은행들은 금을 금융 신뢰와 건전성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영국(UK)과 스페인(Spain) 등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금을 매각하지 않았고, 2008년 국가부도 위기 속에서도 해당 자산을 지켰다.
살바토레 로시 전 이탈리아은행 부총재는 저서 ‘오로’(Oro·금)에서 “금은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때 마지막 수단으로 남기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로마 본관 지하에는 약 1,100톤의 금이 직접 보관 중이며, 미국·영국·스위스 등 해외에도 남은 금이 분산 저장돼 있다.
최근 글로벌 금값 급등의 배경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급변하는 국제질서에 대응해 금 매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로이터는 “중앙은행의 지속적 금 매입이 최근 금 시장의 주요 상승 동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가채무가 3조 5,000억 유로(약 5,790조 원)로 불어나면서, 금을 매각해 재정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반복해서 제기돼왔다. 내년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은 금 보유 방침을 지키고 있다.
카셀리 학장은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금 보유는 더욱 현대적인 전략”이라며 “금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자산이고, 매각을 거부하는 정책도 정당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이 금융신뢰의 마지막 보루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식 ‘금 비축’ 정책이 여타 국가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