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신뢰로”…SK텔레콤, 이케아 사례로 고객보호 전략 제시
글로벌 위기 대응의 선진 모델이 IT 산업의 고객 신뢰 회복 전략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해킹 사고 후 마련한 고객신뢰 정책 역시 10년 전 이케아의 안전사고 대처 과정을 집중적으로 참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신뢰위원회 안완기 위원장은 “이케아가 서랍장 안전사고로 위기를 맞았을 때 신속한 리콜, 특허 개방 등 투명하고 과감한 대처로 전화위복을 이끌었다”며 SK텔레콤 역시 위기를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고객 신뢰 확보가 통신 산업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주목한다.
SK텔레콤 고객신뢰위원회는 지난 5월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꾸려져 대규모 가입자 정보 유출 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책을 검증하고 고객 의견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안완기 위원장은 위원회가 다양한 글로벌 사례를 분석한 결과, 위기 발생 시 문제를 축소하지 않고 과감하게 공개하며, 신속한 보상과 재발방지 노력, 기술 특허의 오픈라이선스 공개까지 감행한 이케아의 대처 방식을 강조했다.

이케아는 2016년 북미에서 서랍장 전복으로 6명의 어린이가 숨진 사고 이후, 전면적인 리콜과 환불, 안전장치 무상 제공 등 모든 후속조치를 즉각 시행했다. 특히 안전기술 특허를 자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오픈라이선스로 전 업계에 공개해, 유사사고 예방 활동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단기적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아닌, 산업 안전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셈이다.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후 대응은 고객 소통과 보상, 재발 방지 기술 강화 등 기존 통신 기반 기업 관행을 넘어선 중장기 혁신 방향 모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원회는 단기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고객 신뢰를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3단계 플랜을 추진 중이다. 현재 2단계에서는 신뢰 회복 설계도를 마련 중이며, 마지막 3단계에는 실효성 점검과 활동 모니터링이 예정돼 있다.
특히, 해킹 사고 직후 SK텔레콤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회사 입장 전달에 치우친 점에 대한 자성도 이뤄졌다. 안 위원장은 "통신은 대표적 생필품 산업으로, 기능이나 품질 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기업만의 고유 경험과 효용을 고객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위원회는 계약 해지 고객도 포함한 전방위 혜택, 빠르고 쉬운 안내, 고객 의견 반영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해왔다.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은 해킹·정보유출 사고 시 데이터 보호 기술과 함께, 고객 중심의 투명한 사후조치, 신기술의 공유, 산업 내 거버넌스 강화 등 복합적인 전략을 채택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주요 기업들은 사고 공개 의무제 확대, 산업 협업을 통한 보안 기술 공동 대응 등 정책 기조도 강화 중이다.
한편 국내에선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법 개정, 통신사 배상책임 관련 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고객 신뢰 회복에 정답은 없지만, 기술과 제도, 고객 소통의 전방위 노력이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SK텔레콤이 이케아식 위기 대처의 교훈을 실제 시장에 얼마나 녹여낼지 주목하고 있다. 정책‧윤리‧기술의 균형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이 통신산업 차별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