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정밀지도 반출 논의 연장”…정부, 데이터 주권과 안보 저울질
정밀 지도 기술의 국외 반출 여부가 한국 IT·바이오 산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오후, 국토지리정보원이 주관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가 구글이 신청한 축척 1대 5000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다. 업계는 결론이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적 변수와 안보 이슈에 따라 재연장될 수 있는 '국가 데이터 주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자사의 해외 데이터센터 등으로 국내 고정밀 국가기본도(1대 5000 수치지형도) 반출 허가를 요청했다. 허가가 날 경우 해외 기업이 한국의 정밀 지도를 본사 외 지역에 이전하는 첫 전례가 되며, 향후 국내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공간정보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중순 결정을 한 차례 유보했고, 이번 회의에서도 추가 연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회의는 국토지리정보원장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국방부 등 핵심 부처가 모두 참석해 다각도의 산업·안보·외교 쟁점을 심층 검토한다.

핵심 기술적 맥락은 지도 데이터의 축척과 활용 범위에 있다. 구글이 요구한 1대 5000 지도는 좁은 골목, 인구 밀집지역 등에서 고정밀 경로 안내가 가능한 수준으로, 위치기반 플랫폼·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 인프라의 핵심 재료로 꼽힌다. 구글은 이미 국외 반출 허가가 난 1대 2만5000 지도 정보로는 소비자에게 정밀 길찾기·보행자 내비게이션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학계와 국내 전문가들은 1대 5000 지도 자체가 ‘정밀 지도’에 해당하며, 이 수준의 지도를 보유한 국가는 극소수이고 내비게이션 서비스 운용에 절대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성과 실제 활용 측면에서는, 해외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글로벌 기업 중심 운영환경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자율주행·공간정보 분야에서 인프라 데이터가 해외로 이전되면, 국내 산업 경쟁력과 데이터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논점이다. 정부도 데이터센터의 국내 설치와 같은 조건을 부과했으나, 구글은 일부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자체적 ‘핫라인 구축’ 등 방식만 대안으로 제안했다. 글로벌 비교 차원에서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고정밀 지도 등 국가 인프라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매우 신중하거나 지원책을 강화 중이다.
정책 및 규제 관점에서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 운영규정’,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등 국내외 기준이 작동하고 있다. 당초 심사 결정 기한의 연장은 일회성으로 알려졌으나, 민원처리법 해석에 따라 신청인 동의 하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 문제를 들어 반출 허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당장 한미정상회담에서 안보·지도 데이터 이슈가 논제에 오르면서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 인프라 데이터의 해외 이전이 산업 생태계와 정책 환경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지도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데이터 통제권, 시장선점 구조 등 산업·외교·안보가 맞물린 본격 경쟁 시대의 서막으로 본다.
기술과 정책, 외교와 산업이 교차하는 정밀 지도 데이터의 향방에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산업계는 이번 결정이 국내 IT·바이오 산업 내 데이터 주권 구조 개편에 중대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