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표대결”…동성제약 임시주총 파행에 산업 긴장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동성제약 임시 주주총회가 주주와 운영진 사이 고성 및 물리적 충돌로 개회가 두 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 현장에는 경찰까지 투입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고, 경쟁사의 경영권 교체를 둘러싼 표대결 양상도 한층 치열해졌다. 업계는 이번 주총을 ‘지분 분쟁의 분수령’으로 본다.
동성제약 임시 주총은 12일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주총장 입구에서 주주들과 경영진, 주최 측 간 고성이 오갔고, 위임장 작성 지연, 입장 절차 문제 등으로 2시간 뒤에야 개회됐다. 관계자는 “줄이 길게 늘어서고 현장 위임장 접수, 진입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며 “안전을 위해 경찰이 현장에 배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의 수 변경 및 정관 일부 조항 삭제 등 정관 변경과 신규 이사·감사 선임, 그리고 현 경영진(나원균 대표이사, 원용민 사내이사, 남궁광 사외이사) 해임 안건이 주요 쟁점으로 상정됐다. 특히 해임안 처리는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4월 이양구 전 회장이 보유 지분 14.12%를 마케팅 전문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면서 본격화됐다. 이 전 회장과 나원균 대표는 삼촌과 조카 사이로, 창업주 일가의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지속됐고, 주총을 앞두고 창업주 자녀 간 폭로전까지 벌어지며 상황이 집안 싸움으로 확산됐다.
신임 이사·감사 선임, 경영진 해임 등 주요 안건은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11.16%)과 나원균 대표(2.88%) 측, 그리고 77.65%를 차지하는 기타(소액) 주주 표심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자사주(7.33%), 임원 가족 등 기타 관계자 지분이 유의미한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바이오 산업에서 오너 리스크와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실질적 경영권 교체 여부가 향후 동성제약의 경영전략, 연구개발(R&D), 신규사업 추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유사 사례에서 소액주주 영향력 확대와 오너 교체가 신약 파이프라인, 글로벌 협력 등 중장기 사업 구조 변화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경쟁 구도 역시 주목받는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통한 성장 전략 제시를 강조하고 있으며, 현 경영진은 오너의 기업 가치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신뢰를 지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제약 분야는 경영권 안정성이 기술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유치에 직결되는 만큼, 이번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동성제약 사업구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주총에서 상정된 정관 변경 및 경영진 해임 등 주요 안건은 모두 특별결의 사항으로,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표심의 향방에 따라 실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분쟁이 동성제약의 미래 경영 전략, 바이오 연구개발 역량, 투자 유치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