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닛산, 르노 지분 대규모 매각 결단”…실적 부진 여파에 인력 감축 본격화→글로벌 자동차 판도 흔드나
국제

“닛산, 르노 지분 대규모 매각 결단”…실적 부진 여파에 인력 감축 본격화→글로벌 자동차 판도 흔드나

박진우 기자
입력

잿빛 구름이 흐르는 도쿄의 신도심,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서 닛산자동차가 내린 한 줄기 결단이 전 세계의 이목을 다시금 이끈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이 내비친 통찰은, 변화와 위기 앞에서의 고요한 각오와 같다. 르노 주식 5%를 처분한 뒤, 약 9천5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신차 개발에 다시 불어넣겠다는 선언은 지금의 유례없는 실적 부진과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증표다.

 

닛산과 르노, 두 거대 자동차 기업이 손을 맞잡은 지 오래였지만, 이번 지분 매각은 양사의 역학 구조에 미묘한 균열을 드리운다. 종전 15%였던 상호 출자 지분은 10%까지 낮아지고, 그 뒤에는 전 세계 17곳의 공장을 10곳으로 줄이며, 전체 인력의 15%에 달하는 2만 명 감축이라는 냉혹한 재편이 진행 중이다. 누적된 적자 6조3천억 원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아래, 닛산은 회사채 만기도 눈앞에 두고 자산 매각과 본사 매각까지 손에 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닛산’ 르노 주식 9천500억 원 매각 결정…실적 부진에 신차 투자
‘닛산’ 르노 주식 9천500억 원 매각 결정…실적 부진에 신차 투자

유일한 길은 미래의 가치를 선점하는 혁신이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혼다와의 전기차 협업 등 외부와의 손잡기를 강조했고, 생산·연구·시험 등 기능별 거점의 효율적 재편으로 잔인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구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보증 아래 2천억 엔 조달 가능성 역시, 유동성 위기를 시간과 신뢰로 극복하겠다는 묵직한 포석이다.

 

이번 지분 매각이 비록 닛산과 르노 제휴 구조에 변화를 줄지라도, 양사는 전략적 협력 지속을 분명히 했다. 각국 자동차 시장이 순식간에 전환되는 격랑 속에서, 실적 개선과 투자 재원 확보의 여정은 닛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아직 닛산의 다음 장은 오롯이 쓰이지 않았다.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향방, 닛산-르노 동맹의 내일, 닛산이 그리는 재기의 길에 전 세계가 숨죽여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닛산#르노#이반에스피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