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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0년째 제자리”…민형배,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구입비 증액 촉구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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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프라 투자 확대를 놓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22일,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예산이 10년째 제자리걸음임을 지적하며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다. 소장품 구입을 위한 재정이 정체된 사이 방문객은 510만명을 넘어섰지만, 유물 매입에는 제약이 거듭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이 박물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유물 구입비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39억~4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2017년부터 3년간 39억8천700만원으로 소폭 증액됐으나, 최근 5년간 다시 39억7천900만원에 그치고 있다. “고미술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도 함께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 박물관이 주요 국보와 보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노출됐다. 2022년 간송 전형필의 유족이 국보 2점을 경매에 내놓았으나, 시작가만 60억원에 달해 박물관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앞선 2020년 보물 경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박물관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가격이 낮아진 뒤에야 일부를 인수한 바 있다. 내년도 예산 상당 부분을 한두 점 확보에 투입하게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의원실에 따르면 연간 소장품 예산은 2017년 61억여원에서 점차 줄었고, 최근 4년간은 48억4천600만원에 머물고 있다.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9.98%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박물관·미술관의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의원실은 밝혔다.

 

해외 문화기관과의 격차도 부각됐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은 최근 5년간 3천268억원에 달해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예산의 20배를 훌쩍 넘는다. 영국박물관도 연평균 200억원대 예산을 꾸준히 책정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소장품 확보와 학예인력 확충은 문화 주권을 지키는 기본 투자”라며 “K-컬처 300조 시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 인프라 투자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기관들의 실질적 소장품 확보 재원 확충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문화적 투자 확대 방안이 정국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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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국립중앙박물관#유물구입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