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거여동 동창 살인, 질투가 만든 피의 밀실→인간의 어둠 어디까지 닿나
밝게 웃던 한 여인의 눈길은 순간 얼어붙었고, 평범한 일상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 자리엔 절망의 그림자만이 길게 드리워졌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어느 여고 동창의 질투와 집착이 부른 거여동 밀실 살인 사건을 섬세하게 펼쳐냈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 숨겨졌던 시기, 그리고 버거운 욕망이 끝내 한 가족을 멸절로 이끈 그날을, 출연자들은 차오르는 감정과 침묵으로 증언했다.
2003년 서울 거여동 한 아파트 7층. 31세 엄마는 10개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목에 감긴 올가미에 싸여 숨을 거뒀다. 세 살 아들은 짓밟혀 죽었고, 아기 얼굴엔 비닐봉투가 씌워져 있었다. 대낮, 문이 굳게 잠긴 집과 훼손되지 않은 방범창 속에 쌓인 평범한 일상의 흔적 — 그 공간은 어느덧 참혹한 ‘완벽한 밀실’이 돼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피해자와 여고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창 이씨. ‘깜짝쇼’로 속여 친구의 눈을 치마로 가린 뒤 빨랫줄로 목을 조였고, 완강히 저항하지 못하도록 모성애를 이용한 치밀함까지 보였다. 6개월에 걸친 계획과 세심한 준비 끝에 연출된 완벽한 밀실. 하지만 범행 후 감춰지지 않은 고무장갑 자국과 집에 남아있는 페트병 덕에 진실은 조금씩 드러났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잔혹함과 치밀함 모두가 TV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세 사람의 죽음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시나리오로 위장되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상흔과 냉정한 흔적은 오히려 타살임을 더 분명하게 했다. 사건을 파헤친 담당 형사의 집요함, 그리고 끝 모를 범인의 무감각한 표정에서 시청자들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슬프도록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했다.
범행의 동기 역시 충격적이었다. 표면상으론 평범한 가정에 대한 시기와 질투였지만, 그 이면에는 남편과의 불륜, 그가 아내 대신 자신의 곁에 머물리라는 집요한 집착이 숨어있었다. ‘내가 죽인 게 맞지만, 증거는 없을 것’이라는 범인의 자만은 결국 허술하고 슬픈 흔적 앞에 무너졌다. 남겨진 자들에겐 여고 동창이라는 가장 가까운 얼굴의 배신과,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조각난 뒤의 좌절만이 남았다.
출연진들은 그날의 섬뜩함과 비극적 아이러니를 복기하며 우정, 질투, 사랑의 감정이 어떻게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성찰을 더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밀실 살인 사건으로 남은 이 이야기는 범죄의 이면에 감춰진 모순과 인간관계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름과 고민을 남겼다.
거여동 밀실의 악몽을 다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대한민국 최초 밀실 살인 사건! 잔인하게 일가족 질식사 시킨 악마의 정체’는 8월 14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