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6.33% 급등한 대진첨단소재…외국인 19만주 매수에 2차전지 공정 소재 재평가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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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첨단소재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공정용 소재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 공장 가동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체급 대비 강한 탄력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수급 추이와 실적 가시성이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로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9일 대진첨단소재는 전 거래일보다 16.33% 오른 5,13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5,150원까지 치솟으며 상한가 인근까지 접근했고, 종가를 당일 고가권에 형성해 매수 우위가 뚜렷했다. 최근 한 달간 바닥권에서 등락을 반복해온 주가는 이날 장대양봉을 기록하며 6개월가량 이어진 조정 국면에서 추세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단기 이동평균선인 5일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를 앞두고 있어 기술적 반등 신호가 강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분석] 외국인 19만주 폭풍 매수… 대진첨단소재, 2차전지 소재로 재평가 시동
[분석] 외국인 19만주 폭풍 매수… 대진첨단소재, 2차전지 소재로 재평가 시동

급등을 이끈 주요 촉매는 2차전지 공정 소재 기업으로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다. 대진첨단소재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인 대전방지 트레이와 각종 공정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공장 증설 기조 속에 공정 안전 및 정전기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공정용 소모품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CNT 탄소나노튜브 기반 도전재 신사업이 겹치며 성장 스토리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테네시 공장 완공과 2공장 가동 준비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북미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통상 장벽 부담을 줄이고 현지 배터리 셀 업체와의 직거래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시장에서는 단순 수출업체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 편입되는 공정 소재사로 위상이 높아질 경우, 지금의 시가총액 수준에 대한 재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압도적이다. 9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약 19만 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향을 주도했다. 앞서 12월 2일에도 10만 주를 사들이는 등 이달 들어 외국인 매집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2월 3일 하루를 제외하면 최근 4거래일 내내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고, 그 규모 역시 단기 트레이딩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반면 기관은 9일 1만 주가량을 순매도하며 관망세를 이어가 현재 수급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쏠려 있다.

 

매수 상위 창구에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가 포진해 있어 외국인 주문이 국내 브로커를 통해 분산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외국인으로 집계되는 국내 자금, 이른바 검머외 성격의 단기 매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재무적 투자자 지분 매각 등 오버행 우려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대량 매수를 통해 매물 소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업 규모만 놓고 보면 대진첨단소재는 2차전지 밸류체인 내 성장 초기 단계의 중소형주로 분류된다. 9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761억 원이며, 코스닥 순위는 980위권이다. 상장주식 수는 약 1,483만 주 수준이다. 시가총액 100조 원대의 LG에너지솔루션이나 수십조 원대 삼성SDI·에코프로비엠 등 대형 배터리 및 소재 기업과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크다. 다만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5.8%로 시총 대비 적지 않은 수치이며, 최근 매수 확대에 따라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업계 전반적으로 2차전지 소재주가 고평가 논란과 실적 둔화 우려로 조정을 거치는 가운데, 대진첨단소재는 배터리 공정 소모품이라는 틈새 영역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약 0.84배로 알려져 있어 섹터 평균 대비 저평가 구간에 위치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가총액이 작아 소액 자금 유입만으로도 주가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단기 탄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적 전망도 우호적인 편이다. 2024년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는 약 890억 원, 영업이익은 60억 원으로 제시돼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2023년 영업이익이 10억 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이익 규모가 여섯 배 가까이 확대되는 셈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6.73%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은 131%로 다소 높지만, 유보율이 824%를 웃돌아 재무적 완충 능력은 확보한 상태로 평가된다.

 

산업 환경도 동사에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배터리 공장은 고에너지 밀도와 화재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어 정전기 관리와 공정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방지 기능을 갖춘 트레이와 각종 공정 소재 수요가 늘고 있고, 생산라인 증설과 함께 교체 수요도 꾸준히 발생한다. 대진첨단소재는 이러한 구조적 수요 확대의 수혜가 가능한 위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 심리를 짓눌렀던 기술 유출 루머와 사법 리스크 우려가 완화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과거 일부 전·현직 인력에 대한 수사설이 돌면서 법적 분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회사 측은 대주주 및 법인 차원의 연관성을 반복적으로 부인해왔다. 최근 들어 관련 소문이 시장에서 점차 사그라들며 불확실성 할인이 줄어든 것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 매도 물량이 지난달 일부 시장에 출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향후 추가 매물 출회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이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잠재적 매도 물량에 대한 우려를 수급으로 상쇄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도 대진첨단소재는 수익성 회복 속도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경쟁사가 전방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매출 역성장 또는 적자 전환을 겪는 것과 달리, 동사는 2024년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강화하며 이익 체력을 키우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이 1,000억 원에 못 미치는 소형주인 만큼, 대형 기관투자가의 비중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는 역으로 개인과 외국인 단기 자금이 유입될 경우 경쟁사 대비 훨씬 높은 주가 탄력성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의 지속 여부를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로 제시한다. 외국인이 3거래일 이상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상승 추세가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도 커졌다는 경고가 동시에 나온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4,800원 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시각이 많다. 해당 가격대가 유지된다면 전고점을 향한 추가 상승 시도가 가능하겠지만, 4,500원 아래로 밀릴 경우 다시 박스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미국 테네시 공장 가동률과 현지 매출 인식 시점이 주가 레벨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생산체계가 안정화되고 북미 주요 배터리 업체와의 공급 계약이 가시화될 경우, 실적 모멘텀과 함께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거나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마진율이 흔들릴 경우, 시장 기대에 비해 실적 개선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은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소형주 특유의 높은 변동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상장주식 수 1,483만 주 대비 실질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구조여서 일시적인 수급 충격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 초기 단계라는 특성상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나 벤처캐피털의 엑시트 물량이 간헐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외국인 수급 추이와 미국 법인 실적 가시성이 맞물려 대진첨단소재의 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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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첨단소재#2차전지#cnt도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