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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들” 부진에 KBS 주말 왕국 운명은→흩어진 시청자 마음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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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들” 부진에 KBS 주말 왕국 운명은→흩어진 시청자 마음 어디로 향할까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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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시작을 예고했던 KBS2 ‘화려한 날들’의 안방 풍경은 다소 조용했다. 드라마에 건 기대와 설렘이 주말의 무게에 젖어가는 사이, 고정 시청층이라는 든든했던 버팀목도 어느덧 희미해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득한 과거 60%대 시청률의 전설과는 달리, 날카롭게 엇갈린 시청률 곡선이 오늘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화려한 날들’의 최근 4회 시청률은 전국 13.8%로 집계됐다. 첫 회 13.9%로 출발했지만 아직까지도 자체 기록을 넘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작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가 남긴 20%의 벽, 최고 21.9%의 수치를 지난 6월에 새긴 것과 비교하면 더욱 쓸쓸한 성적표다. 한때 KBS2는 ‘첫사랑’이 세운 65.8%의 시청률과 2010년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 딸 서영이’, ‘왕가네 식구들’, ‘하나뿐인 내편’ 등 대형 가족극을 배출하며 주말 시간대를 평정했다. 긴 호흡과 정감 어린 스토리, 거실 가득 모여 앉아 함께 울고 웃던 시청 문화는 KBS만의 시그니처였다.

KBS2 '화려한 날들'
KBS2 '화려한 날들'

하지만 시대의 물결은 이미 달라졌다. 2020년대 들어 ‘신사와 아가씨’가 기록한 38.2%를 마지막으로, 30%대조차 멀어졌다. OTT 성장으로 시청자들의 습관은 드라마 몰아보기, 짧은 편성으로 이동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는 풍경은 추억에 가까워졌다. 특히 변화를 거스르지 못한 진부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시청률 하락 속도가 속절없이 빨라졌다.

 

KBS는 정통 가족극 대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며, 긴 호흡의 일일 드라마 역시 10%대 시청률 선에서 고전 중이다. 저녁 8시 이후 TV 앞으로 모이던 고정 관객은 이제 각자의 OTT로 시선을 돌렸다. 변화의 파고는 주말 밤 ‘황금 시간대’라는 이점마저 옅게 만들며, 결코 쉽지 않은 승부를 예고한다.

 

이 분위기 속에서 ‘화려한 날들’ 종영 후 새로 편성될 ‘트웰브’가 주말 드라마의 반등을 이끌지 주목된다. 떠나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KBS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화려한 날들’은 후속 ‘트웰브’와 함께 다시 한 번 주말 저녁의 명예 회복에 도전하며, 변화의 갈림길에 선 KBS2 주말 드라마의 운명이 주목된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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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날들#kbs2#트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