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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고요히 걷다”…양산의 자연과 역사에 머무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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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고요히 걷다”…양산의 자연과 역사에 머무르는 시간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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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린 날씨에도 도시 밖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엔 청명한 하늘만이 나들이의 조건 같았지만, 이제는 살짝 가라앉은 초가을의 공기와 함께 걷는 조용한 시간도 힐링의 일상이 됐다.

 

경상남도 동남부, 천성산과 영축산이 맞닿은 양산시에선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하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흐린 하늘이 내려앉은 12일, 양산의 기온은 28.6도를 기록하며 초가을의 온화함을 더했다. 이른 아침 낙동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릿하지만, 그만큼 사색이 깊이 스며든다. 가족, 연인, 혹은 홀로 찾아온 이들이 조용히 강을 바라보며 각자만의 속도로 도시를 누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 분야 통계를 보면, 야외 자연 관광지뿐 아니라 실내 동물원과 같은 독특한 체험형 공간의 방문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와우쥬 양산점처럼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생명과 교감할 수 있는 장소의 인기가 높아졌다. “아이 손을 잡고 와서 토끼를 안아보는 순간, 문득 내가 어릴 때가 떠올랐다”고 한 방문객은 느꼈다. 전통의 명소와 새로운 공간을 함께 즐기는 양산시의 주말 풍경에선 세대와 취향, 그리고 쉼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일상적 사색의 시간 회복’이라고 부른다. 한 도시문화연구자는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사람들은 고요한 풍경과 오래된 사찰, 동물들의 눈빛에서 자기만의 위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통도사 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이들 중에는 “불상 없는 대웅전의 넓은 공간이 오히려 나를 내려놓게 만든다”고 고백한 이도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금강계단의 정적을 바라보면, 누구나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양산에 이런 곳들이 있는 줄 몰랐다”, “흐린 날씨가 오히려 분위기 있어 더 좋다”, “아이와 함께 동물원도, 혼자 통도사도 꼭 가보고 싶다”는 글이 이어졌다. 무심코 사진을 남겨놓으면, 그 안엔 소음 없는 평화로움과 자기만의 쉼표가 담겼다.

 

양산의 임경대 산책로처럼 평범한 강가에서도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흐린 날씨도, 고요한 풍경도 이제는 우리 일상의 한 장면이자, 지친 마음을 쉬어가는 방식이 돼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일 것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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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통도사#와우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