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고원 위 가족연대”…최수종, 덕유산 여름밤→기억의 불꽃 길
산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최수종이 ‘한국인의 밥상’에 따뜻한 여정을 더했다. 무주, 진안, 장수의 해발 400미터를 넘어선 고원에서는 삶의 속도조차 땅에 밴 채 담백하게 흐르고, 고요한 풍경 사이로 사람과 자연,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가 소리 없이 겹겹이 쌓였다. 방송은 무진장 곳곳에서 심연을 품은 밥상과 그곳에 깃든 만남, 노동, 사랑의 의미를 진중하게 따라갔다.
첫 행선지는 전북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 덕유산 자락 아래 마을 아이들은 전통 그대로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준비한다. 불꽃 아래 놓인 밥상에는 뽕잎수육과 고수생채, 뽕잎과 쑥이 곁들어진 음식이 가족을 지키는 존재로 남아 있다. 누에를 품던 농가의 기억은 낙화봉 속에 서려 밤하늘과 함께 되살아난다. 마을의 세월, 고원의 바람이 불꽃과 밥 위에 내려앉으며 여름밤의 정취를 한껏 높였다.

진안군 부귀면에서는 산골 셰프 조철 씨가 일구는 자연의 밥상이 펼쳐진다. 해발 700미터, 도시를 떠나 자연에 정착한 그의 가족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건강한 닭, 민물 새우, 그리고 감자의 계절을 맞는다. 닭가슴살 인삼말이, 민물새우완자탕 같은 정성 깃든 음식은 평범한 하루도 축복이 되도록 스미며, 귀촌한 딸과 사위는 밥상 위에서 자연과 아버지의 마음을 나눴다.
장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곱돌 앞에서는 고원의 또다른 표정이 자리했다. 장수군 번암면 곱돌 장인의 공방에서 빚어낸 투박한 곱돌 그릇은 오랜 시간과 이야기가 스며든 시간의 물질이다. 이날 최수종은 곱돌판 위에 꺼먹돼지 삼겹살과 영양밥을 올리며, 흙과 불, 장인의 땀방울에 담긴 지역의 진미를 현장에서 느꼈다. 특산물의 쫄깃함, 곱돌의 온기, 그 속에 녹아든 자부심까지 오롯이 전달됐다.
마지막은 장수군 장계면에서 살아가는 김창명, 오은주 부부의 식탁. 둘째 아들의 투병과 가족의 인내, 농촌의 시간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담겨 있었다. 소고기뭇국, 쫄대기두루치기, 매일의 소박한 반찬들 속에 ‘하루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라는 진심이 담겼다. 고원의 숨결, 고단한 손길에 실린 삶의 위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잔잔히 울렸다.
한여름 깊어진 무진장의 고원에서 만난 최수종의 여정은 음식, 자연, 사람, 그리고 기억을 하나의 밥상에 올렸다. 세월을 견딘 곱돌과 불꽃의 순간, 부모와 자식이 이어온 희망, 밭에서 솟은 손끝의 힘이 따로 또 모여, 여름밤을 따스하게 채웠다. ‘한국인의 밥상’은 8월 21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다시 한 번 고원의 식탁으로 시청자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