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A+ 신용등급”…정일영, 조달청 평가관리 부실 비판
조달청의 공공조달 신용평가 관리 부실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신용등급이 실제 재무상태를 반영하지 못해 세금 낭비와 공공사업 납품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을) 의원은 “조달청이 신용평가사 간 등급 효력을 동일하게 인정하면서 등급 부풀리기와 ‘등급 쇼핑’이 만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일영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신용평가사가 산정한 등급이 메이저 신용평가사보다 최대 8단계 높게 부풀려진 사례가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한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A사는 부채비율 435%로 메이저 평가사에서는 ‘BB’ 등급을 받았으나, 일반 평가사로부터는 ‘A+’ 등급을 받아 7단계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업체 B사도 메이저 신용평가사는 ‘BB-’, 일반 평가사는 ‘A’ 등급을 각각 부여해 8단계 차이를 보였다.

문제의 근원에는 평가 기준의 허술함이 있다. 일반 신용평가사는 법적으로 6가지 요건 중 단 1가지만 충족하면 신용평가를 개시할 수 있지만, 메이저 신용평가사는 7개 요건 모두를 갖춰야 한다. 더욱이, 일반 평가사는 추가 수수료만 내면 하루 만에 등급 결과를 발급받을 수 있어, 기업들이 빠르고 높은 등급을 위해 평가사를 선택하는 ‘등급 쇼핑’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메이저 신용평가사는 평가에 통상 2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정일영 의원은 “중소 평가사들이 ‘급행 수수료만 내면 하루 만에 A+ 발급’ 광고까지 내걸고 있다”며, “이제 조달 신용평가는 사실상 돈으로 사는 등급 장사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신용평가 부실은 실질적인 공공조달 시장의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A사는 코레일 전동차 490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했고,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역시 336량이 1년 넘게 미납 상태다. B사는 EMU-150 전동차 474량 납품이 지연돼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고, 선금 사용 내역도 불투명해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영 의원은 “실제 재무 상태와 동떨어진 신용등급이 공공조달 신뢰를 무너뜨리고 세금 낭비로 직결될 수 있다”며 “조달청의 신용평가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평가 기준과 절차의 공정성,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조달청의 평가제도 개선 필요성이 집중 부각됐으며, 앞으로 조달참여기업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