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타이레놀, 자폐 위험 높인다?”…WHO·EU ‘과학적 근거 부족’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 산부인과학회 등 주요 기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잇따라 반박했다.
23일(현지시간) WHO는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에 관련 증거의 일관성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일부 연구에서 연관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으나, 후속 연구에서 결과 재현이 어려웠다”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며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에도 최소 유효 용량으로 복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서 임신 250만 건 이상을 연구한 빅토르 아흘크비스트 연구진도 “파라세타몰 복용과 자폐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약 자체보다 약 복용이 필요한 기저 건강 상태가 문제일 수 있다”며 미국 행정부가 연구 결과를 오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FDA에 관련 지침 전달을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 산부인과학회도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은 안전하다”며 공식 반론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의학 정보의 확산이 임신부의 불안을 키우고,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미루게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논란이 올바른 의약품 사용과 정보 검증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WHO와 EMA 등 보건 당국은 신뢰할 만한 연구와 의료진 상담을 통한 약물 복용을 당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란과 각국 전문가들의 반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