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분쟁 새 기준”…과기정통부, 하자 발생시 계약 해제 길 열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환불 불가를 고지했더라도 구매자가 예상치 못한 중대한 결함이 드러날 경우, 판매자가 책임지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공식 기준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월 30일 발표한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소비자원,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3곳 등과 공동 협의로 추진돼, 정보통신 기반의 개인간거래(중고거래) 산업에 새로운 분쟁 조정 지침을 제시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고거래 플랫폼 중심으로 확산되는 ‘거래 신뢰성’ 경쟁의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쟁조정 기준은 중고 물품 거래 시 구매자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품질 수준보다 현저하게 낮거나,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구매 확정 이후라도 판매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원칙이 공식화됐으며, ‘물건의 하자’ 등 주요 용어와 판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의됐다. 거래 단계별로 20가지 유형의 분쟁 해결방안과 함께, 기존 3개(전자제품, 대형가전, 의복류) 중심이던 품목별 기준을 9개 품목(잡화, 공산품, 식품 등)으로 확장해 산업 현장의 세부 특성도 반영했다.

기술적·실무적으로는 환불불가 조건을 내세웠더라도, 중대한 하자—즉, 구매자가 게시글만으로 알기 어려운 결함—가 뒤늦게 드러나면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 리콜 이력이 있는 제품의 경우 사용기간과 무관하게 거래가 취소된다. 직거래와 택배거래 모두, 고지되지 않은 하자를 이유로 반품 및 계약해제가 가능해져, 기존 사용자 책임 구조가 ‘실질적 하자 입증’ 중심으로 전환된다. 이외 택배 중 파손시엔 판매자·택배사 간 책임 분담이 명확해진다.
시장 측면에서는 업계 거래 신뢰도 제고가 기대된다. 계약 해제 시 원상회복이 원칙이나, 물건 자체 하자로 인한 해제라면 반품비나 안전결제 수수료 등도 판매자 부담으로 규정됐다. 단, 구매자가 임의로 구조를 변형한 경우 해당 부분은 구매자 책임이 명시돼, 사후 관리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다. 반면 사기·도난·유실물 등 형사성 분쟁은 별도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중고거래 신뢰 구축은 플랫폼 성장의 핵심 축으로 꼽히지만, 한국처럼 정부와 민간, 소비자 단체가 공동으로 조정 기준을 체계화한 사례는 드물다. 정책적으로도 과기정통부는 이번 가이드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각종 민법 및 분쟁조정 선례를 반영한 합의·권고형 기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기준이 확립되면 중고거래 플랫폼 산업의 성장과 함께 IT 기반 신유통 문화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조정 기준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