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자외선 경보”…백반증, 예방·진단 중요성 커진다
초가을 강한 자외선이 기승을 부리면서 백반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상 햇볕에 노출된 피부에서 멜라닌세포(멜라닌을 만들어 피부색을 결정하는 세포)가 파괴되며 하얀 반점이 나타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백반증은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으나, 사회적·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대표적 만성 피부질환으로 꼽히며 조기 진단과 관리가 강조된다. 업계와 의료계는 최근 진단·치료법의 발전과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연구 확대를 주요 변화로 본다.
백반증은 피부 멜라닌세포가 소실돼 경계가 명확한 하얀 반점이 생기는 질환으로, 전신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다. 국내외 임상에서는 약 100명 중 1~2명꼴로 진단되고 있으며, 통증이 없고 초기에는 반점 크기가 작아 자주 놓친다. 주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가면역계 이상(면역체계가 자신의 멜라닌세포를 공격), 유전적 소인, 갑상선 질환·원형탈모 등과 동반 발생이 확인된다. 여기에 자외선 노출, 피부 외상, 항산화 불균형, 칼슘 섭취 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자외선(주로 UVB 영역)은 피부 내 멜라닌세포의 손상을 촉진하는 요소로, 강한 햇빛이나 잦은 화상 경험이 증상 악화와 연관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강렬한 햇볕을 쬔 후 멜라닌 손실 부위가 주변 피부와 대조돼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단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병 부위의 햇빛 노출 시 일광화상 및 피부암 발생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진단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백반증은 피부경화증, 백색잔비늘증, 탈색증 등 여러 유사 질환과 외형이 겹치지만, 원인과 치료법은 각기 다르다. 임상 진단 및 조직검사를 통한 확진이 이루어져야 하며, 환자 본인이 증상만으로 자가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완치가 쉽지 않은 질환 특성상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약물치료(면역 억제제·항염증제 사용), 국소 자외선B(UVB) 조사(멜라닌세포 재생 유도), 피부 이식술 등 다각적인 치료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부분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에 중점을 둔 접근이다. 전신 면역 조절 또는 생체 내 멜라닌세포 배양 등 차세대 치료법은 아직 임상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예방 및 일상 관리도 중요해졌다. 자외선 차단제를 3~4시간 간격으로 바르고, 긴 옷·모자를 활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백반 부위는 특히 외상과 햇빛에 민감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의료계에서는 진단의 정밀화(유전체 기반 진단법 등)와 자가면역 조절 물질 개발을 통한 치료 혁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는 피부질환 지원, 의료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 질병정보 데이터베이스 개선 등 구조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유화정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거나 장기간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각별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조기 진단과 전문의 상담이 진행 악화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가을철 백반증 환자 증가를 계기로 기술 기반 조기 진단 및 개인 맞춤형 관리 서비스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