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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촉촉한 출근길”…서울엔 여름비, 잠시 멈춘 더위 속 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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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촉촉한 출근길”…서울엔 여름비, 잠시 멈춘 더위 속 숨 고르기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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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우산을 챙기며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엔 불편하고 귀찮은 일 같았지만, 흐린 날의 출근길은 어느새 잠시 생각을 멈추게 하는 일상이 됐다.

 

13일 수요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여름비가 예보됐다. 서울·경기 북부와 서해5도에는 150mm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는 기상청 소식에, SNS엔 오늘의 하늘 인증 사진과 함께 ‘장마가 돌아왔다’는 글들이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실제로 동네 커뮤니티에는 “등굣길에 우산 펴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됐다”, “빗소리 덕분에 새벽잠을 제대로 잤다”는 일상 공유가 이어졌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중부지방은 이번 비가 14일까지 이어질 수 있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7도로 다소 선선한 기운이 돌 전망이다. 폭염과 미세먼지에 지쳤던 시민들은 ‘좋음’ 수준으로 맑아진 공기를 반기는 모습이다. 기상청 역시 “이번 비 덕분에 대기질은 평소보다 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들은 장마철의 감정을 ‘잠시 쉬어가는 계절의 숨 고르기’라 설명했다. “잦은 비는 피곤함을 안기기도 하지만, 도시엔 소리를 덜어내고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빗소리에 맞춰 커피를 마시거나,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게 되는 작은 시간들이 주는 위로도 크다는 해석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우산을 잃어버렸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오늘은 뭔가 느리게 움직이고 싶다”는 반응들이 눈길을 끈다. 비 오는 날의 특별함을 즐기는 이들, 그리고 조업이나 항해를 앞둔 바닷가 주민들에겐 “더 조심하세요”라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더위를 식혀주는 비, 낮아진 미세먼지와 도시에 스미는 빗소리. 지금 이 계절의 흐름은 단지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 삶에 여유와 쉼표를 더하는 기호로 느껴진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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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수량#날씨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