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지쳐 탈진…형사사법 체계 흔들려” 김지혜 검사, 실무진 인력난 호소
검찰 개혁과 수사·기소권 분리 논란에 실무진의 현실이 도외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고강도 검찰 개혁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에서 번지는 가운데, 검경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형사부 검사의 글이 내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 형사1부 소속 김지혜 검사는 지난 6월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실무진 인력난과 지쳐가는 현장의 고통을 상세히 담은 글을 게재했다. 김 검사는 “개혁 논의의 중심은 더 나은 국민의 삶이라야 하지만, 정작 실무진들의 지친 현실과 인력난은 전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경찰, 검찰, 법원 각각의 이해 타산만 부각되는 구조 속에서 실무진만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검사는 특히 경찰 미제율 증가와 기록 완결성 하락,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율 상승 등 구조적 문제가 사건 처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경찰 미제율이 높으면 검찰로 송치된 기록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이는 공판 검사와 법원의 무죄율 증가로 이어진다”며 “인력난과 과중한 업무 부담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각 기관들이 서로를 탓하는 경쟁 구도는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수사 부서가 업무 과중과 민원 부담으로 기피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 검사는 “현장 경찰들도 미제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사 부서 경험 없는 간부들이 무리한 실적 압박을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적었다.
검찰 역시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검사는 “중간 기수 검사들의 잇단 사직,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형사부 미제 사건이 몰리고 있다”며 “초임 변호사 월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수로 야근·주말 수당 없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족과 시간도 못 보내고, 돈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사건이 재배당된다는 현실마저 힘겹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실무진 일부가 “버티지 못하고 ‘런’하고 있다”면서 형사사법 체계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미 없는 경쟁 구도를 내려놓고, 검경·법원 실무진이 서로 협력하는 방향의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며 “우선 각 기관 인력 부족 해소와 현실 개선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검사는 개혁 논의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대상이 수사관들이라면서, “수사관들은 부족한 인력 속에서 고액 벌금자, 미처 집행되지 않은 형사사건 피의자를 쫓는 상황에 매일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력 보강 등 현실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형사사법 체계의 인력난과 실무진 피로 누적이 장기화될 경우, 사건 처리의 질 저하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는 검찰 개혁 과정에서 실무 환경과 인력 확충 방안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정치권은 김지혜 검사의 내부 고발성 글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만큼, 향후 국회 사법개혁특위 등 논의 테이블에서 형사사법 관련 인력 현실과 지원책을 심도 있게 다룰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