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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둬둬, 美 관세폭풍에 47% 순이익 급감”…글로벌 이커머스 줄도산 조짐→중국 내 소비시장 냉각 우려
국제

“핀둬둬, 美 관세폭풍에 47% 순이익 급감”…글로벌 이커머스 줄도산 조짐→중국 내 소비시장 냉각 우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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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중국 금융시장은 한숨보다 무거운 적막으로 가라앉았다. 성장 신화의 한 가운데를 질주하던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가 이번 1분기, 미국의 관세 인상과 소액 면세제도 폐지라는 얼음장 같은 강을 건너며 고전한 끝에 전년 대비 47% 급감한 순이익 147억4천만 위안, 한화로 약 2조8천115억 원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초저가’라는 바람을 일으켰던 핀둬둬는, 이제 서늘한 현실의 벽 앞에 마주선 모습이다.

 

실적 발표 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새겨진 핀둬둬의 이름 옆엔 낙폭을 가늠하기 힘든 곡선이 그려졌다. 장중 17% 이상 주가가 모래처럼 무너졌고 종가 기준 13.6% 하락이라는 굵은 상흔이 남았다. 매출 또한 시장의 기대선인 1천25억1천만 위안(약 19조6천234억 원)에 미치지 못한 956억7천만 위안(약 18조3천141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에 익숙했던 과거의 기세는 새로운 관세의 대지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핀둬둬’ 1분기 순이익 47% 급감…美 소액 면세제도 폐지에 주가 13.6%↓
‘핀둬둬’ 1분기 순이익 47% 급감…美 소액 면세제도 폐지에 주가 13.6%↓

경제의 수혈 역할을 해왔던 ‘초저가 공세’는 미국 소비자까지 단숨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펼쳐진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라는 그늘 아래 핀둬둬·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대형들을 한데 묶어 청천벽력의 타격을 안겼다. 특히 미국 정부가 800달러 미만 수입품에 적용하던 소액 면세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이들 기업의 관세 회피 전략이 결정적으로 좌절된 순간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체결된 미국 행정명령으로 중국발 소포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기존 90%에서 최대 120%까지 급등했다가, 제네바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따라 다시 54%로 낮춰진 바 있다. 하지만 휴전 같은 조정일 뿐, 글로벌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고 있다. 관세전쟁이 언제 재점화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더불어, 가격경쟁력의 상실 우려가 업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엠사이언스 소속 빈치 장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기대에 못 미친 영업이익률이 실적 부진을 결정지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침체 속 소비진작책과 대규모 할인 경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쉽사리 회복의 기약은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글로벌 사업에 내재된 위험은 더 날카로워졌다. 천 레이 PDD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판매자에게 막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안정적 가격과 공급망 체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전략 강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국제 사회 또한 깊은 여운의 시선으로 이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내수를 떠받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흔들리며, 글로벌 유통생태계 전반에 파장이 미치고 있다. 핀둬둬와 같은 신흥 공룡들의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각국은 자국 산업보호와 소비경제 회복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모색한다.

 

한 순간의 고속 성장에 잠시 취해 있던 글로벌 이커머스는, 이제 새로운 관세와 정치적 변수의 무게를 짊어진 채, 끝나지 않은 도전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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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둬둬#미국관세#중국이커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