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잠수함 도입, 한미 적극 협력”…안규백·헤그세스, NPT 체제·동맹 확장 논의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서울 용산에서 한미안보협의회(SCM)를 맞아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국방비 증액 등 동맹 현안을 두고 맞섰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문제가 집중 논의되며, 동맹 확대와 미래 안보 전략을 둘러싼 진단이 한층 구체화됐다.

4일 열린 제57차 SCM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룬 핵추진 잠수함 도입 협력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사안임을 확인한다"며, "미국 당국 역시 적극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무부, 에너지부와 협력해 한미 간 긴밀한 기술·정책 조율이 이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능력 강화를 원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어느 동맹보다 강력한 역량을 키우는 데 승인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조선 분야에서의 한국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잠수함뿐 아니라 전투함 등 해군 협력도 확대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안규백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회원국으로 본질적으로 핵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고,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미국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 기대 여부에는 "한국은 핵을 가질 수 없으니 미국 핵과 우리 재래식 무기로 통합 방위 전략이 마련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날 SCM에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실현 목표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주요 논의 주제가 됐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의 3단계가 있는데, 양국은 현재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는 일정과 검증 목표 시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전작권 전환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안규백 장관이 우리 국방비 증액 계획을 설명한 데 대해, 헤그세스 장관은 "방위비 증액과 주요 군사능력 투자 강화 소식에 매우 고무됐다"고 밝혔다. 미사일·사이버 등 신안보 분야에서의 투자를 높이 평가하며 한미 협력 기반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논의도 이어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동맹 의지는 확고하며, 동시에 역내 다른 비상사태를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 역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주한미군은 협의를 거쳐 한반도와 역내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것임도 강조했다.

올해 SCM 공동성명은 통상과 달리, 한미 정상회담 안보·관세 분야 '팩트시트' 공개 후 발표될 예정이다. SCM은 양국의 최고위급 군사현안을 협의하는 기구로, 한국과 미국에서 번갈아 열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맹 강화와 군사협력 확대가 한반도 안보 정세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는 향후 공동성명 채택 및 후속 협의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