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 유럽 국제기구 접촉…디지털·친환경 항만 혁신 속도전→글로벌 표준 주도권 가질까”
초여름 햇살이 질감처럼 무거운 항구의 아침, 부산항만공사는 바다 너머 유럽 대륙과 다시 한번 긴밀히 손을 맞잡았다. 항만의 어제와 내일이 교차하는 자리, 부산항만공사 임직원들은 도시의 이름이 담긴 푸른 깃발을 따라 독일 함부르크와 영국 런던을 차례로 누비며, 복잡하게 얽힌 국제 협력의 옹골진 밑그림을 그려냈다. 글로벌 항만 경영의 새로운 문턱을 넘는 이 움직임에는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시대의 두 소용돌이가 한데 어울린다.
첫 여정은 21일, 독일 함부르크항만공사를 찾은 자리에서 시작됐으니, 국제항만협회(IAPH)가 선도하는 항만 디지털화 논의가 그 중심에 자리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력, 그리고 국제항만협회 산하 데이터 협력위원회(DCC)에서의 경험을 근간으로, 미래 항만의 표준을 닦아가는 일에 한층 깊은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데이터를 매개로 한 항만 경영 혁신은 이미 세계 항만·물류산업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이어 23일, 유럽의 운하와 강을 건너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해운·항만의 탈탄소화 정책과 국제 표준 제정, 그리고 부산항의 구체적 역할이 숙의됐다. 최근 국제해사기구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3)에서 선박에 대한 탄소세가 공식 도입된 것은 항만 역시 탄소 저감의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음을 일깨웠다. 부산항만공사는 LNG·메탄올 등 차세대 연료를 위한 벙커링 인프라와 친환경 에너지 자립 전략, 그리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기술 지원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글로벌 탈탄소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행보는 항만 정보시스템 관련 산업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물론, 국제기구와의 정책 연계, 기술 협력 확대라는 국내 해운·항만 업계의 관심 속에 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가속화하며, 산업적 지평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세계를 잇는 항만의 미래가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전환 위에 놓여 있음을 강조했다. 부산항의 이번 유럽 행보는, 국제 협력을 넘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려는 우직한 항만 도시의 꿈과 의지, 그리고 항구의 아침을 환하게 밝히는 디지털 그리드의 불빛이 서서히 번져가는 장관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