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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만에 가족 품으로”…6·25 전사자 양이한 일병, 신원 확인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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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의 비극과 가족애가 맞붙었다. 19세 나이로 포항 전투에서 전사한 양이한 일병의 유해가 7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전쟁의 상흔을 안은 가족과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오랜 기다림 끝에 재회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신원확인 사례에 애틋함이 더해졌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5일, “2005년 3월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도음산 정상에서 수습한 유해가 국군 제8사단 제10연대 소속의 고(故) 양이한 일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일병은 1950년 7월 입대해 같은 해 9월 ‘포항 전투’에 참전하다 전사했다. 당시 그는 두 딸을 둔 젊은 가장이었고, 낙동강 동부전선의 사활을 건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포항 전투는 국군 제3사단, 제7사단, 제8사단이 북한군 제2군단의 남진을 저지하며 동부전선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한 사건이다. 이 전투의 승리로 국군은 부산을 겨냥한 북한군의 공격을 막고 공세 전환에 성공했다.

 

유해 신원 확인 과정도 각별했다. 감식단은 전국에서 유가족을 찾아 나섰고, 2021년 10월 고인의 딸 양종금 씨의 유전자 시료를 확보했다. 이번에 진행된 최종 대조를 통해 유해가 양 일병임이 밝혀졌다.

 

5일 부산 기장군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서 양종금 씨는 “국유단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러 왔을 때 반신반의했다”며 “이렇게 아버지의 유해를 찾았다는 것이 꿈만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국방부는 호국영웅 귀환 패와 유품, 신원확인통지서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양이한 일병은 올해 14번째 신원을 되찾은 호국영웅”이라며 “2000년 사업 착수 이후 가족 품으로 돌아간 전사자는 262명”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소식에 의미를 더했다. 참전용사 명예 회복과 전사자 가족 지원을 꾸준히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가적 애도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시민단체들은 호국영웅 귀환의 어려움과 국가의 책무를 함께 상기해야 한다며 여론을 모으고 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앞으로도 모든 전사자 신원 확인과 가족 품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사업 확대, 참전용사 예우 강화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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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양이한일병#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