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대형 계약 릴레이”…삼성·LG, 공급망 영향력 확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핵심 기술과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30일 5조9,442억 원(지난해 매출의 23.2%)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밝혔다. 회사는 구체적인 상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 건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글로벌 에너지업체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4GWh ESS 계약을 따내는 등 비(非) 전기차 배터리 영역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회사 측은 전기차 배터리 외 사업을 강화해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7월 28일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AI칩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2026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신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주가 최근 성장 정체를 겪던 삼성 파운드리 부문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업계에선 2028년 이후 연간 3~4조 원에 달하는 추가 매출 효과도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에서의 대형 생산계약은 글로벌 관세 리스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대형 수주 발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테슬라 칩 계약 발표 직후 상승세로 전환해 ‘7만 전자’를 회복한 뒤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술력과 투자 여력을 갖춘 한국 대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대형 해외 고객사 확보는 한국 주력 산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과 중장기 성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최근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화하며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지위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첨단 제조업 인프라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전자 모두 최근 수년간 주요 글로벌 전기차·IT업체와 공급 계약을 확대하며 매출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왔다. 이번 테슬라 계약도 지난해와 비교해 건별 금액이나 사업 분야 다변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향후 정책 방향과 시장 분위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부의 전략 산업 육성 정책, 주요 기업의 장기 수주 확보 등 변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