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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만명 채무 16조4000억원 감면”…정부, 배드뱅크 도입해 장기 연체자 재기 기회 확대
경제

“113만명 채무 16조4000억원 감면”…정부, 배드뱅크 도입해 장기 연체자 재기 기회 확대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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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공기는 어느덧 한 해의 무게를 담아 무르익는 듯하다. 이런 계절의 한복판에서 정부가 민생의 그늘 속에 오래 머문 장기 연체자들에게 새로운 재기의 문을 연다. 23일, 정부는 7년 이상 연체가 이어진 5천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배드뱅크’ 구제 프로그램 시행 방침을 밝혔다.

 

이번 방안에 따라 채무조정 기구가 16조4천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사들인다. 113만4천명이 이 구제책 적용 대상으로 추산된다.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개인파산에 준하는 상환능력 상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채권은 흔적마저 지워질 듯 전면적으로 소각된다.

출처=금융위원회
출처=금융위원회

또한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는 채무자는 원금 최대 80% 감면과 함께 10년에 이르는 분할 상환 기회를 얻는다. 기존 신용회복위원회 제도에 비해 감면 폭과 상환 기간이 모두 확대돼, 오랜 시간 불빛 없는 채무의 터널을 걷던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비친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의 재원은 약 8천억원으로, 절반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나머지는 금융권 출연으로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업계와의 협상에서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배드뱅크 도입과 함께, 저소득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따뜻한 숨통이 트인다. ‘새출발기금’이 제도적으로 보강되며, 총 채무 1억원 이하이자 중위소득 60% 이하 차주는 채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받고, 최장 20년 분할상환의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 내 창업자도 지원 품에 안게 됐다. 이로써 10만1천명, 6조2천억원 규모의 채무가 새출발의 새벽을 맞는다.

 

이처럼 정부의 구제책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우려라는 기존의 사회적 질문도 동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사회 통합과 재도약의 출발점임을 거듭 강조하며, 부득이하게 연체의 수렁에 빠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는다.

 

105개월 동안 한 번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던 이들, 또 한차례 창업과 실험 끝에 빚의 사슬에 얽혀 있던 소상공인들에게 2025년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변화가 각 가정, 골목 시장, 그리고 금융권 전반에 어떤 온기를 더할지 지켜볼 일이다. 앞으로 연체자 구제책의 실제 성과와 남은 정책 일정, 개별 금융기관의 후속 지원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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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배드뱅크#채무감면